정호성 “정윤회 문건 정확도 0%” 박 경정 “외부 유출한 적 없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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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호 01면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씨가 청와대 핵심 비서관 3명 등과 만나 국정에 개입해왔다는 청와대 보고서 문건이 공개된 것과 관련, 3명 중 한 사람인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 비서관은 29일 “문건의 정확도는 0%”라고 말했다. 그는 “정씨는 (청와대에 들어온 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비서관은 중앙SUNDAY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런 문건이 만들어졌는지조차 몰랐고, 문건과 관련해 얘기를 들은 바도 없다”며 “이번 사건이 모든 허구가 밝혀질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에서 측근 실세 ‘십상시(十常侍)’로 꼽힌 또 다른 청와대 행정관 김모씨도 본지와 통화에서 “정씨와는 일면식도 없다”며 “사람 수를 10명에 두드려 맞춰 십상시라고 부르는 게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모 경정도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자신이) 문건을 (외부로) 들고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건을 다른 직원들이 복사한 것이냐는 질문에 “(문건을) 가지고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다 2월 경찰로 원대 복귀한 박 경정은 라면박스 2개 분량의 청와대 문건을 들고나와 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경정은 이날 오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설의 소스가 누구인지 짚이는 데가 있지만 누군지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문건 유출자 지목과 관련해 청와대 안팎에서 누군가 컨트롤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박 경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경정은 본지와의 통화에선 이 보도 내용과 관련,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박 경정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논점을 흐리기 위한 둘러대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박 경정이 청와대를 떠난 뒤 출처를 알 수 없는 청와대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박 경정이 문건을 유출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니 모든 게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청와대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지검은 30일 고소 내용을 검토한 뒤 다음달 1일 사건을 배당할 계획이다.

이번 파문을 놓고 여야 간 정치적 공방도 계속됐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이제 진실 규명은 검찰의 몫이 됐다”며 “한 점 빈틈도 없이 모든 의혹을 조속히 해소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침묵하며 청와대를 비호하면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져 최대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며 “조속히 국회 운영위를 소집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다음달 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정씨의 국정개입 문건’ 보도와 검찰 수사, 문건 유출과 관련한 공직기강 해이 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 관계기사 4~5p

백일현·이수기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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