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일본풍' 코스프레 대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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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광복절에 진행될 한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행사를 놓고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이 행사가 일본풍이 짙은'코스튬 플레이'(일명 코스프레) 등을 포함하고 있다며"이런 행사를 굳이 광복절에 열어야 하나"고 항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해당 이벤트는 13~15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리는'서울코믹월드'. 일본에 모기업을 둔 한 만화용품 수입사가 개최하는 만화.애니매이션 관련 행사로 하루 1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행사다.

주최측은 행사 프로그램의 하나로'코스프레'를 포함시켜 놓고 있다. 코스프레는 참가자들이 만화영화.게임 주인공의 복장과 외모와 똑같이 따라하는 일종의 흉내내기 놀이. 한 온라인 코스프레 카페의 경우 회원수만 10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최근 젊은층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문제는 코스프레의 인기가 일본에서부터 시작됐고, 흉내내는 대상인 만화영화.게임도 일본에서 건너온 것들이 많아 아무래도 일본풍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포털사이트와 관련 사이트, 행사 주최 회사의 홈페이지 등에는"광복절에 기모노를 입은 젊은이들이 서로 일본 이름을 부르며 활보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상당수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아무리 부정해도 일본풍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일본 우익화때문에 더욱 신경이 써지는 이때에 이번 행사를 무리하게 열었다가는 '개똥녀 사건' 못지 않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주최측에 경고했다. 더나아가 일부 사이트에서는 특정 동호회의 단체사진을 걸어놓고 집단적 비난을 가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이때문에 일부 동호회원들사이에서는 "15일 만큼은 일본풍이 짙은 복장을 피하자" "한복 코스프레를 하자"는 등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네티즌들의 비판이 너무 지나치다며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일본풍이라는 이유로 코스프레 자체를 비판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주최측인 에스이테크노 조미라 사장은 "행사 당일 기모노 등을 입은 참가자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문화행사인만큼 주최측에서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또"이번 일을 계기로 지나친 일본 캐릭터 의존 등의 문제가 공론화되고 한국 캐릭터를 활용해야한다는 논의가 생기는 것은 다행스럽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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