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복싱 사활건 두 타이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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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프로복싱은 오는18, 19일 하루 사이로 국내외에서 2개의 세계타이틀에 도전한다.
신예 장정구 (19) 는 18일 하오 전주실내체육관에서 WBC 라이트플라이급챔피언 「일라리오·사파타」(24·파나마)를 맞아 대망의 세계타이틀매치 (KBS-TV중계)를 벌인다.
장정구 도전 다음날인 19일 상오11시반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오디터리엄에선 최충일 (25) 이 WBC슈퍼페더급챔피언 「라파엘·리몬」(28·멕시코)에게 세계타이틀 재도전 (MBC-TV위성중계) 에 나선것이다. 하루를 간격으로 두차례 세계타이틀매치를 벌이기는 두번째.
지난 75년 3월14일 김지치가 마닐라에서 WBA주니어라이트급챔피언 「밴·빌라플로르」에게 도전하여 15회판정패하고 이튿날인 15일에는 WBA밴텀급챔피언 홍수환이 로스앤젤레스에서「알폰소·사모라」와 방어전을 가져 4회KO패로 타이틀을 잃어 충격을 주었었다.
한국프로복싱은 올들어 내우외환속에 시달리고 있다. 최충일·이승동의 세계타이틀도전에서 연속 KO패, 그리고 『「가네히라」약물중독사건』, 태국 가짜 복서사건등이 터진데다 「발라바」와 『김태식의 불상사』가 연이어 일어나 거의 그로기상태에 빠져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두차례의 세계타이틀매치는 국내프로복싱의 흥망이 걸린 분수령이 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짱구」라는 닉네임을 가진 장정구는 18전전승 (9KO) 의 상승주.
장은 김철호와 함께 한솥밥을 먹어 오고 있다.
아마전적 34승2패를 안고 80년도 프로신인왕전에 데뷔한 장은 우수복서로 뽑히면서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였다. 특히 아마출신들이 결여되어 있는 거친 프로근성을 갖고있어 김철호에이은 제2의 챔피언이 틀림없다는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위치복싱 (좌우로 공격을 바꾸는 권투) 을 구사하는 장은 인파이팅과 아웃복싱에 모두 능하며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주무기로 하고있다.
신장 1m61cm로 7cm나 큰「사파타」의 교묘한 아웃복싱에 말리지 말고 복부와 턱을 공략할수 있다면 두번째 챔피언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다. 특히 장은 챔피언 「사파타」에게 2패를 안겨준 두복서를 모두 이긴바 있다.
지난2월「사파타」를 2회KO로 누르고 챔피언이 됐던 「아마도·우르수아」(멕시코)를 6월에 판정승으로, 또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사파타」 에 판정승했던 「알폰소·로페스」 (멕시코)를 3회KO로 뉘었었다.
「사파타」는 김성준으로부터 타이틀을 뺏어간「나까지마·시게오」 (중도무웅)를 지난80년3월 판정으로 이겨 챔피언이된이래 지난 2월 「우르수아」에게 타이틀을 잃을 때까지 9차 방어전을 가졌다.
그리고 「도모리」에게 다시 타이틀을 뺏은 집념과 롱런복서.
또 80년6월 서울문화체육관에서 벌어진 1차방어전에서 김치면에게 완승을거둬 한국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2O승(10KO) 2패.
○…지난1월 필리핀의「롤란도·나바레테」에게 11회 역전KO패한 최충일이 또다시 챔피언「리몬」과 타이틀을 다투는 로스앤젤레스는 재미동포가 가장 많은 곳이긴하나 한국복서에겐 한이 서린 기피장소라는 징크스가 붙어있다. 이제까지 홍수환 (WBA밴텀급챔피언·75년3월·「사모라」 와 2차방어전), 김태식(WBA플라이급챔피언·80년12월·「마테불러」와 2차방어전), 이승동 (WBC밴텀급챔피언·82년6월·「핀토르」에 도전)동 3명이 모두 세계타이틀매치를 벌여 방어와 도전에서 실패한 곳어다.
복서로서 생명을 걸고 이번 도전에 나선 최충일은 맷집과 체력이 약하고 스트레이트 위주로 단조롭다는 취약점을 안고있다. 그러나 14승 (13KO) 1패를 기록하고있는 최의 주먹만큼은 믿음직스럽다. 특히「리몬」 이 훅위주의 복서여서 결국 훅과 스트레이트의 대결인 셈.
「리몬」은10년이란 긴 프로경력에 46승(34KO)11패2무의 전적이 말해주듯 백전노장이다.들소를 방불케하는 거친 복싱을 구사하고 허리놀림이 유연해 정통파복서로선 거북한 상대라 할 수 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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