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 감독 경질' 축구인들 생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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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프레레 감독을 바꾸자니 대안이 없고, 그대로 두자니 월드컵 본선이 걱정된다.

대한축구협회도 고심 중이다. 이회택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현재로서는 바꿀 계획이 없다. 그러나 크게 어긋나는 상황이 되면 기술위원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술위원회도 감독과 관련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며 경질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허정무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현 상태로는 안 된다. 감독을 바꾸든 본프레레를 앞세워 총력 단결하든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술위원회의 충고를 듣지 않고 한국인 코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완고한 본프레레 감독의 성격상 후자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 감독의 생각이 축구인들의 평균적인 의견이다. 본지가 축구인 15명에게 문의한 결과 7명이 '교체해야 한다', 4명이 '교체하면 안 된다', 4명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박병주 전 안양 LG 감독은 "감독교체의 대안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월드컵 본선인데 그 목표를 위해 움직여야지, 대안 없다고 미래를 팽개치는 것이 옳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외 감독 중에서 본프레레보다 뛰어난 감독이 많으며 호주 대표팀도 한 경기를 남기고 히딩크로 바꿨다는 것이 박 전 감독의 설명이다.

김대길 KBS스카이 해설위원도 경질론자다. 그는 대안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재기용 가능성을 얘기했다. "히딩크 감독이 호주와 계약했더라도 남미 5위 팀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만간 호주팀 감독에서 내려올 것이다. 히딩크는 피스컵 때 한국에 와서 호주팀 감독설 등을 흘리면서 한국팀에 미련을 둔 인상이다"라고 말했다.

박윤기 서울공고 감독은 "본프레레 감독은 색깔이 없다. 이런 감독으로는 성적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종덕 포항 스틸러스 기술고문은 교체 반대파다. "월드컵 본선에 오른 감독을 왜 바꾸느냐. 본프레레는 2002년 히딩크가 본 혜택을 거의 못 누렸다. 히딩크는 1년 넘게 선수를 마음대로 차출했다. 본프레레는 단순히 완성된 선수를 조합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만희 수원 삼성 2군 감독도 "대안도 없고, 감독 바꾼다고 큰 변화는 없을 거다. 어려운 상황에서 월드컵 예선을 통과한 사람 아니냐. 믿고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경질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축구협회와 본프레레가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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