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 人選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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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2기 방송위원회 인선을 둘러싸고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방송위원(9명) 추천 몫 변경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이 어렵게 여야 합의로 통과됐지만 이번엔 야당 내 '집안 싸움'으로 발목이 잡힌 것이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 융합과 관련한 법제 정비, 지상파 재전송 등 방송계 현안들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문제의 진원지는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2일 최고위원회를 열어 당 추천 몫 3명에 대한 방송위원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지도부와 문화관광위원들 간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이에 따라 방송위원 추천 의결을 위해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문광위 전체 회의도 7일로 연기됐다.

한나라당 측에 따르면 고흥길 의원(문광위 간사) 등 문광위 소속 의원 9명은 문광위에서 2명을 추천하고, 지도부에서 1명을 추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2명을 추천하겠다고 맞섰다.

구체적으로 문광위 의원들은 36명의 후보 중 양휘부 전 이회창 후보 언론특보.최창섭 서강대 교수.임형두 현 방송위원을 추천했고 국회의장과 지도부는 박준영 SBS 감사.윤종보 전 안동 MBC 사장.백윤기 변호사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내홍에 비해 민주당은 성유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대표와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를, 자민련은 민병준 현 방송위원을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또 대통령 몫인 3명의 후보로는 노성대 전 MBC 사장.백낙청 시민방송 이사장.류숙열 문화일보 여성전문위원.조용환 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인사 검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위원장으로는 노성대.백낙청씨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방송위원 후보 윤곽이 드러나자 방송위원회 노조는 성명에서 여야 후보군에 오른 인사 중 양 전특보.李교수.노 전사장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부적합한 인사가 방송위원에 내정될 경우 출근 저지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의 인선이 마무리 돼도 방송위 구성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은 상태다.

한편 월간 '신문과 방송'이 언론학자 2백명을 대상으로 제2기 방송위원회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를 물은 결과 '방송통신 융합대책 수립(77.8%)' '방송3사 독과점 해소(55.6%)'가 1, 2위를 차지했다.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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