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호 '이대로는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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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프레레호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독일월드컵 본선이 10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희망은 있는가.

"나 어떡해"
본프레레감독이 선수들이 시상식에 참석한 사이 텅빈벤치에 혼자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대구=조문규 기자

"이래가꼬 (독일월드컵)16강 가겠나"
실망한 응원단이 월드컵 본선을 걱정하는 내용의 글을 펼쳐들고 있다. 대구=배태철 인턴기자

(후~우~~)
일본에 패한 한국선수들이 고개를 떨군채 경기장을 벗어나고 있다. 대구=최승식 기자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안방에서 일본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7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동아시아축구선수권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에 0-1로 졌다. 지난 대회 우승팀 한국은 2무1패로 네 팀 중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은 북한을 2-0으로 누른 중국(1승2무)이 차지했다. 후반 40분 일본 오가사와라의 코너킥을 후반 교체 투입된 나카자와 유지가 정면에서 왼발로 찔러 넣었다. 볼은 골키퍼 이운재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어 네트를 흔들었다.

이동국과 이천수를 투톱으로, 정경호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한국은 초반부터 일본을 몰아붙였다. 패스 능력이 뛰어난 백지훈과 김두현이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때문인지 지난 두 경기에 비해 공격 내용이 훨씬 다채로웠다. 그러나 전반 이천수.이동국이 결정적 찬스를 놓쳤고, 후반 김두현의 두 차례 중거리슛이 골대를 맞거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한국은 후반 28분 박주영까지 투입해 승부를 걸었지만 막판 일본의 세트플레이 한 방에 무너졌다.

일본전 패배는 "본프레레를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축구 전문가들도 '감정적이 아니라 냉정하게' 본프레레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지난 월드컵 예선과 이번 대회를 포함해 본프레레의 능력과 대표팀의 현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재평가해야 한다. 그 역할을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박항서 경남 FC 감독 내정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감독을 경질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남은 기간 어떻게 문제점을 고쳐나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모두 공유하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이 월드컵 본선을 맡을 인물이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바꿔야 하고, 대안이 없다면 수석코치 임명 등 필요한 지원을 해 줘야 한다.

중국은 북한과의 경기에서 전반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후반 쐐기골을 터뜨린 쉬에후이의 활약으로 2-0으로 승리했다. 1승1무의 북한은 아쉬운 첫 패배를 기록하며 우승의 꿈을 날려 버렸다.

대구=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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