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본프레레 '마지막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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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삐걱거리는 본프레레호가 폭풍 속으로 들어간다. 본프레레(사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7일 오후 8시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대회 최종전에서 일본과 만난다.

그동안의 졸전으로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경질론이 비등한 시점에, 국민 정서상 이겨야 하는 최대 라이벌과 상대하게 된 것이다. 잘하던 감독도 일본에 지면 뭇매를 맞기 일쑤다. 하물며 인기없는 본프레레에게 패배는 치명상이다. 경기 결과에 따라 선장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동아시아 대회를 치르면서 본프레레 인기는 하한가를 쳤다. 축구팬들은 11 대 8로 싸운 중국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무기력과 북한 전에서 부상당한 김정우 대신 윙 포워드인 정경호를 투입한 납득하기 어려운 용병술, 무색무취의 전술 등에 대해 맹비난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야후에서 실시 중인 축구대표팀 감독과 기술위원회 교체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참가 네티즌의 80% 이상이 경질을 원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표 선수들도 사석에서는 본프레레의 용병술과 지도방법 등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인터넷 매체는 "계약 기간(2006년 독일 월드컵 때까지) 중 감독을 바꾸자니 돈만 더 들어갈 판이고…. 상부상조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 한 협회 기술위원의 말을 소개했다.

본프레레 자신도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4일 북한과 졸전 끝에 0-0으로 비긴 뒤 평소보다 침울한 표정으로 인터뷰 룸에 나타났다. 그는 "5명이나 다쳐 정상적인 선수 운용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해 시험했다"고 주장했다. 팬들은 이를 변명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사력을 다할 전망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졸전을 감안하면 쉽게 이긴다는 낙관은 어렵게 됐다. 게다가 역시 경질설이 나도는 일본팀의 지코 감독도 배수진을 칠 것이기 때문이다. 지코는 한국과의 경기에 대비해 3일 중국전에서 주전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지 않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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