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청 '핵폭풍'] "민간 기구가 무슨 권리로 이런 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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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 특별법으로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및 테이프 유출 사건을 처리하자는 정치권 주장에 대해 법조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불법도청의 처벌과 도청자료의 처리방법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철수 명지대 법대 석좌교수는 2일 "특별법을 통한 민간기구는 옥상옥"이라며 "검찰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면 특검이 맡은 뒤 민간인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의견을 반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이 법조문에 있는 얘기를 해야지 법에 없는 얘기를 해선 안 된다"며 "민간기구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맡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도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을 정치권에서 특별법 제정을 통해 해결하자는 것은 입법권 남용"이라며 "검찰 수사 후에도 의혹이 남는다면 그간 해왔듯 특별검사제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청 내용의 공개를 원하는 여론이 거센 이상 정치적 해결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이미 공개된 것과 공개되지 않은 것의 구별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배 전 대한변협 법제이사도 "현재로선 공개 여부 등을 결정할 기관이 없는 데다 검찰 수사 후에도 공개와 재수사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별법을 만들어 공개 여부 등을 처리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혜수.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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