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연륙교 좋은줄만 알았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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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과 남해군 창선도를 잇는 연륙교(連陸橋.사진)가 지난달 28일 개통되자 경남도와 사천시 관계자들은 "관광객 증가와 물류비용 절감 등으로 지역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됐다"고 기뻐했다.

실제 개통식 날 5천여대의 승용차와 4백여대의 버스가 외지 관광객들을 싣고 왔다. 다리 모양이 아름다운 데다 물살이 빨라 고기가 잘 잡히는 것이 소문나면서 전국에서 관광객과 낚시꾼들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

이 다리는 사천(옛 삼천포)과 창선 사이 해협을 늑도.초양도.모개섬 등을 활용해 7개 교량으로 연결했다. 총연장 3.4㎞ 가운데 교량 부분만 2.1㎞며, 해저 수심과 다리 길이에 따라 사장교.아치교.라멘교 등 각기 다른 공법으로 건설해 교량 기술의 전시장이란 평까지 듣고 있다.

연륙교의 개통으로 두 지역은 개통 전 남해대교로 우회할 때 두시간 걸리던 자동차 통행시간이 5분으로 단축돼 남해군이 서울 등 수도권과 일일 생활권으로 연결된 데다 새로운 볼거리로 지역 관광산업 등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주민이 반갑지 않은 눈치를 노골적으로 내비친다. 다리가 건설된 지 8일 만인 5일 늑도동 새마을지도자 박춘길(62)씨는 "살기 좋아질 줄 알았는데 훨씬 불편해졌다"며 "주차난과 쓰레기 무단 투기가 너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27가구 80여명이 사는 초양도 주민 장충기(57)씨는 "낚시꾼들이 섬 곳곳에서 용변을 보는 바람에 악취가 진동하고 밤에는 술취한 관광객들 때문에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고 불평했다.

주민들은 방범이라는 걱정거리를 새로 떠안았다. 초양도에 외지 도둑이 들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섬마을 주민들은 삼천포 시장에서 자물쇠를 단체로 장만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외지인을 통제하기 위한 밧줄이 쳐져 있다.

늑도동 김학봉(57)이장은 "갑자기 환경이 바뀌자 순박한 주민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배를 타고 육지를 오가던 시절이 그립다"고 말했다.

사천=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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