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잠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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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름방학을 이용한 어린이 캠프가 지금 미국에서도 유행하고있다. 그러나 수영캠프나 산악캠프가 아니다. 컴퓨터 캠프. 미국 방방곡곡에서 수천 명의 어린이가 컴퓨터 여름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올해 안에 5만 명까지 늘 것이란 추계도 있다.
창안자는 컴퓨터산업 컨설턴트「데니슨·볼리」. 벌써 2년 전에 시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스탠퍼드 대학 등 교육기관이 어린이와 교사를 위한 캠프를 마련하고 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나 애터리 같은 컴퓨터회사들도 판매촉진 책으로 캠프를 운영한다.
컴퓨터 캠프라고 하루종일 컴퓨터만 가르치는 건 아니다. 전통적 낭만도 적절히 곁들인다.
아니 캠프의 교사들은 테니스, 수영, 등산, 운전 등을 매일 몇 시간씩 강제로 시키고 있다.
어린이들이 한번 컴퓨터에 재미를 붙이면 떨어질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한 컴퓨터 교사는 그것이 이곳의「유일한 문제」거리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보통 비디오게임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캠프에 들어오면 당장 애플 투나 애터리 400 혹은 IBM 개인용 컴퓨터 같은 전문적 컴퓨터를 마주하게 된다.
수동적 게임놀이 대신 컴퓨터를 문제해결 도구로 쓰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우선「베이식」(기본) 혹은「포트런」같은 컴퓨터 언어를 배운다.
대학에서, 컴퓨터학을 전공한 교사들은 곧이어 프로그램 작성법을 가르친다. 예를 들어 애터리의 캠프에선 입교 제 2일에 벌써「별들의 전쟁」같은 주제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작성토록 하고 있다.
MIT 공대의「세이머·페퍼트」교수가 어린이용으로 만든 컴퓨터용어「로고」도 배운다. 어린이들은 그것으로 복잡한 도형을 그리고 계산해낸다.
문제가 생겼을 땐 어린이들이 스스로 2시간 동안 끙끙거리며 1백 개나 되는 명령어를 검증해서 에러를 잡아내기도 한다.
이런 어린이들의 컴퓨터 열은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캠프생활을 마친 어린이들의 75%가 새로 개인용 컴퓨터를 구입한 실적도 .있다.
기껏해야 플래스틱 장난감이나 나뭇조각 장난감을 만지작거려야 하는 우리 어린이들과는 판이한 현실이다.
지금 당장 미국과 한국의 어린이들의 지적, 능력상의 차이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10년 혹은 20년 후 그 격차는 눈에 보일 것도 같다.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생활화하고 있는 미국 어린이와 잠자리나 잡고「집짓기」나뭇조각 장난감이나 만지는 우리 어린이들과는 우선 논리적 사고 능력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어느 쪽의 어린이가 더 훌륭한 성인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 시절이 되면 컴퓨터를 모르고는 잠시도살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의 10년 후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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