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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미술대전 5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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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로운 민전시대를 여는 보람과 긍지로 출범한 중앙미술대전이 금년으로 5회전을 맞이했다. 새로운 민전이란 과거 60여 년에 걸쳐 시행돼온 관전(국전)의 타성에서 벗어나 이 시대의 새로운 감각과 표현을 폭넓게 포용하는 자리를 마련하려는데 뜻이 있으며 제도 면에서도 국제적인 추세를 충분히 참작해 운영해 왔다.
따라서 중앙미술대전의 기본 방침은 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을 미술계 인사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로 하여금 결정하게 하는 한편, 신예의 발굴을 위한 공모전에 있어서는 어느 유파나 소재에 구애됨이 없이 다양한 조형적 시도를 모두 받아들이고 있으며 기성작가들의 활동을 그해 그해 정리해 보는 의미에서 초대전도 아울러 병행시켜 왔다.
다만 금년의 초대에 있어서는 지난 4회에 걸쳐 뽑힌 대상작가 7인의 작품을 각각 7점씩 집중 출품하게 했다. 이는 영예로운 수상 이후의 활동을 한자리에 모아 봄으로써 그 동안의 성과를 돌이켜 봄은 물론 중앙미전가족의 작가적 대성을 독려하는 데에도 역점을 둔 것이다. 사실 젊은 작가에 있어 대상을 받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수상 이후 자신에 대한 자만심과 새로운 작업에 대한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인데, 역시 한자리에 모아 놓고 보니까 활기에 넘칠 뿐더러 개성과 역량 있는 작가들임을 재확인하게 되었다는 것이 미술계의 중평이어서 이 미술대전의 성과를 한층 실감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성과는 곧 미술계가 보낸 그간의 관심과 성원이 적지 않았음을 입증중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다른 민전이나 관전과는 성격이 다른 독자적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요청과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자부할 만하다.
공모전은 금년에도 8백여 점이 응모, 그중 1백여 점이 선에 들어 입상작들과 더불어 전시되고 있는데 저마다 신진상이 엿보이는 노작들이라는 것이 한국화, 양화, 조각 부문의 한결 같은 심사평이다. 응모점수로나 그 수준에 있어 다른 공모전에 비교가 안 될 만큼 두드러진 것은 결코 최고의 상금 때문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 공모전이 가진 공정성과 창의성에 의해 날로 권위가 굳혀짐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앞으로 중앙미술대전은 국내 작자들의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국제적인 데까지 시야를 넓혀가야 할 줄 안다. 이제 현대미술의 추세는 국제적 교류의 무대로 활짝 열려져 있기 때이다. 근자 해외의 유수한 작품들이 국내에 빈번하게 유치, 전시되고 있음은 바로 그러한 새 시대의 장을 펼치는 신호로 간주된다. 마찬가지로 민전의 전개 역시 고식적인 국내활동에만 국한하려 하지 말고, 국제교류의 문호 구실로 확대해 봄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민전의 확대야말로 한국미술의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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