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관중석 지나치게 비추지 말았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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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MBC-TV의『스포츠 중계』 ,특히 야구중계는 카메라워크가 뛰어나 인기인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상제작을 다채롭게 꾸미려는 정성이 지나쳐 경기장에 나온 관람객의 사적 생활영역까지를 노출시키는 폐단이 드러날 때가 있는 점이다.
예컨대 지난 3일에 있었던 프로야구 올스타전의 광주경기에서 카메라는 경기내용과는 상관없이 관중석에 앉아있는 연인사이인 듯 싶은 젊은 남녀를 여러 차례 클로스업시켜 공개하였다.
파라솔을 받쳐든 남녀가 다정스레 속삭이는 장면이거나 군것질하는 모습들은 눈요깃거리로 흥미를 주지만 그들의 입장은 사뭇 다를 것이다.
은밀한 관계가 저들도 모르는 사이에 노출되어 난처할 수도 있겠고 무관한 사이인데도 화면에 비친 광경은 다정한 연인사이로 오해되어 낭패를 겪을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영상이 지닌 특징의 하나는 연출자의 의도와는 다른 메시지가 폭넓게 시청자에게 전달된다는 점에 있다.
말하자면 경기장의 분위기를 돋보이게 하려는 화면제작의 결과겠으나 시청자는 이런 뜻과는 달리 엉뚱하게 카메라에 잡히는 남녀의 동작을 훔쳐보는데 본 재미를 느낀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영상을 통한 이른바 「다양한 대응」 현상은 이 경우를 말한다고 할 것 같다.
그래서 사적 생활이 함부로 공개 당하지 않을 권리나 자기사진이 양해없이 공표 당하지 않을 「초상권」등 이른바 프라이버시권은 TV화면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요즈음 중계되는 월드컵축구를 보면 관중은 경기강의 부속으로 피사되거나 꼴과 연결될 때 열광하는 모습이 어쩌다 화면에 클로스업 될 정도의 화면제작에 그치는 것은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배려에서 나온 현상일 것이니 우리도 크게 참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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