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또 하나의 인생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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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너평 남짓 방안에는 온통 돌뿐이다. 돌들은 서가 위에도, 머리맡에도, 장식장 위에도 놓여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돌들에는 폭포도 보이고 안개에 묻힌 산봉우리가 있는가하면 표호하는 호랑이도 있다. 주인이 말을 청하지 않아도 그들은 서로가 화답한다. 그들은 이미 돌이 아니라 자연인 것이다.
『돌이란 본래 외로운 것이지만 눈이나 비오는 강가에서 혼자 탐석을 하다보면 외로움이 뼈저리게 젖어옵니다. 수석이 자연속에 몰입하는 것이라면 말없는 자연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최동천씨(47·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업무부장)는 생활의 반을 돌과 함께 지내는 사람이다. 이젠 수석이 무엇인가를 알 듯도 한데 거기에 이르는데는 10년이 걸린다.
72년초 삼촌 문안차 대구를 방문했을 때였다. 장식된 수석도 그럴듯했지만 돌을 애지중지 아끼는 삼촌의 모습에서 수석에 눈을 돌렸다. 광나루 유원지 들밭을 겨울에 나가보았고, 날이 풀리자마자 여주 남한강가로 첫 탐석을 나갔다.
그렇게 시작해 휴일이면 언제나 탐석을 나가 10년동안 덕소에서 단양까지의 남한강, 금강, 왕천, 청송, 멀리는 동해안의 옥계, 부산 바닷가 일광까지 유명한 수석산지에는 두서너차례씩 발길을 옮기지 않은 곳이 없게된 그였다. 수석을 시작하기 전에 10년 가까이 즐기던 낚시도 언젠지 모르게 손을 놓아버렸다.
취미의 즐거움은 그것을 통해서 사람을 사귀게 된다는 데도 있다.
『저만해도 직장이 조합이나 회원사 관계자들을 자주 대하게 됩니다. 항상 사람이 일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어서 서로 취미를 놓고 말하면 대화도 통하고 쉽게 친숙하게 되지요.』
취미를 통해 아는 사람은 업무상 낯붉힐 일이 있어도 웃음으로 끝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최씨의 경우는 부인이 취미를 이해할뿐더러 동반자가 되어준 것. 시작부터 지금까지 탐석의 반을 부인과 함께 했을 정도로 수석취미는 그에게 가정의 단합을 가져온 것이기도 했다.
최씨가 수장하고있는 수석은 3백여점. 이중 50여점은 진열해두고 항상 눈앞에 대한다. 「호계산」은 이 가운데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 동호인끼리의 모임인 한국수석회가 작년 전시회를 열었을 때도 6년전 충주 월악계곡에서 얻은 이 수석을 내놨다. 붉은 기가 도는 오석에 장고건 26×16×13㎝로 피부가 호랑이가죽 같고 앞뒤 변화가 많아 때로는 용이 꿈틀거리는 연상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수석을 정중동의 취미라 한다. 자연으로 나가 탐석의 즐거움도 있지만, 돌을 가꾸고 감상하는 즐거움도 못지 않다는 의미에서다.
탐석한 돌을 깨끗이 씻고 이미지를 생각하는데도 2∼3일은 걸린다. 다시 좌대를 만드는데 5∼6일. 돌은 오래 매만져 손때가 묻어야 고태의 맛도 풍요로와지는 것이 사실이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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