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손목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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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텔리비전을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대가 왔다. 세로 17mm, 가로 25mm의 화면 크기. 하나의 경이다.
UHF를 포함한 TV와 FM스테레오, 그리고 시계로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TV손목시계의 약점도 있다. 아직은 흑백TV에 그치고 화면과는 별도로 음향청취용 튜너와 헤드폰이 있어야 한다.
컬러 화엔 3년이 더 걸린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획기적 기술혁신이다. 바로 액정기술이다.
스크린으로 브라운관을 쓰게 되면 아무리 가볍게, 작게 하려 해도 한도가 있다.
전자총이 들어갈 수 있는 두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액정은 그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액정은 방향족 계의 유기화합물이다. 이름 그대로 액체와 고체의 성질을 함께 갖추고 있다.
벌써 1백년 전에 발견되었지만 그 전기적 성질을 이용, 미국 RCA가 TV에 이용한 것이 1968년.
일본의 유명 단자회사들도 앞을 다투어 자체 개발.
80년 말에 벌써 작은 흑백TV를 제작. 그때 가장 작게 만들어진 것은 화면이 세로 3cm, 가로 4cm였다. 작은 트랜지스터 라디오 크기. 그 때만 해도 영년의 과제였던 평면TV의 실현은 거리가 있었다.
액정을 시계에 응용하는데 비해 텔레비전에 이용하는 덴 아직 난점이 많기 때문이다.
수십 밀리 초 단위의 고속 응답성이 있어야 하고 직류전압에 장시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흑백 구분이 분명해야 할뿐더러 중간색조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를 위해 실리콘 기판에 5만2천8백 개의 화소, 콘덴서, 스위치 소자를 넣은 집적 회로로 만들고 그 위에 액정 판을 붙였다.
액정도 개량되었다. 액정은 점도가 낮으면 고속응답성이 뛰어나고 도가 높으면 화상의 명암이 분명히 표시된다.
이 모순적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선 종래의 페놀계 액정 대신에 시클로헥산 계 액정을 써야한다. 동작 수명을 길게 하기 위한 첨가물도 새로 개발해야한다.
액정TV의 강점은 크기가 작아진 것만이 아니고 전력 소비가 극히 적다는 것.
게다가 브라운관처럼 자기 발광형이 아니고 외광을 이용한 수동형 소자이기 때문에 밝은 곳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
그 액정TV는 양복호주머니나 핸드백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것이 시작품에서 시판단계에 이른 지금엔 TV손목시계로 탈바꿈하고 있다. 년 말까지는 시판될 예정이니까 무서운 발전속도다. 경쟁도 치열하다. 값은 우리 돈으로 30만원 정도.
일본인들은 「워크맨」이란 헤드폰으로 삽시간에 세계를 뒤덮더니 이젠 조그마한 액정TV로 무서운 회오리를 몰아 오고 있다.
우리 전자 공업계도 분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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