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밑줄 쫙 NIE] 영어 소질 살려 '편지 번역' 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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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라는 후원단체에서 작지만 부끄럽지 않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기구는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빈민촌에서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나는 거기서 국내 후원자와 해외 어린이들이 주고받는 편지를 번역하는 일을 맡았다. 중학교 때 2년 동안 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고, 나름대로 영어에 소질이 있어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주로 방학에 활동하지만 학기 중에도 e-메일로 보내준 편지들을 집에서 번역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아대책기구의 일손이 모자라 밀린 편지를 번역하는 데 한두 달씩 걸렸다. 대입에 필요한 봉사활동 60시간을 채우기에 급급한 학생들이 이런 봉사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동참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를 번역하면서 나와 동생도 용돈을 절약해 페루에 사는 사울이라는 어린이를 후원하게 됐다. 사울의 가족은 부모님을 포함해 쌍둥이 남동생과 여동생 등 다섯이다. 얼마 전 어린이날 행사를 했는데, 그 지역에 사는 많은 어린이의 대다수가 생일을 몰라 생일 축하 잔치도 함께 열었다고 한다.

내 후원금이 비록 적지만 사울이 생활하는 데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면 뭔지 모를 기쁨과 보람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기아대책기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거들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도 참다운 봉사활동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

염정엽(서울 숙명여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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