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교회의 팽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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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예수교장로회(합동)의 서울 충현 교회는 연건평 1만평규모의 대성 전 건립공사를 한창 진행 중이다. 내년 8월말 준공 예정인 충현 교회의 새 성전 건립은 공사비만도 1백20억 원.
서울 논현동 한복판 황금싸라기 땅인 6천 평의 대지에 현재 외부골조공사를 거의 끝낸 이 교회 본당(1천 평)은 동시에 7천명의 신자가 예배를 볼 수 있는 좌석을 갖춘다는 것이다.
길을 지나다 차창의 시야에 비친 웅대한 충현 교회의 새 성전 건립현장을 본 사람들은 엄청난 규모의 교회 위용에 압도당하곤 한다. 한국 기독교의 교세 확장을 실감케 하는 예의 하나다.
신도 20만 명을 자랑하는 서울 여의도동 순 복음 중앙교회는 단일교회론 세계 최대의 신자수인 것으로 공인돼 있다. 이 교회의 주일예배는 3천4백 평의 2층으로 된 본당과 기타의 부속성전에서 TV를 통한 목사의 설교와 성례 전 집 전을 따라 한 번에 2만 여 명 씩 참석, 7부로 나누어 진행된다.
한국 교회의 팽창주의는 1960∼80년까지의 폭발적인 교세(신도·교회·성직자수)성장이 웅변적으로 증명해 준다.
1960년의 한국 기독교(개신교)신자 수는 1백10만 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신자 수는▲70년=2백20만▲75년=4백만▲79년=6백만▲81년=7백18만▲82년1월1일 현재=7백60만 명으로 가히 경이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현재의 기독교 신자 수는 천주교(1백43만 명)를 포함해 전 인구의 30%에 가까운 9백만 명을 넘어서 있다.
이 같은 개신교 신자 수는▲1910년=20만▲1950년=50만 명에 불과했던 기록에 비추어 보면 정말 놀라운 성장임에 틀림없다 .기독교 신자는 71∼80년까지 10년 동안 무려 5백40만 명이 증가, 연 평균 40%의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한국기독교는 1909∼10년 전국 교회가 1백만 전도 운동을 전개, 백만의 숫자를 선망했다가 실패한 채 50년만에 숙원을 이루었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이제 1천만을 육박하는 교세 성장에 현기증(?)을 느끼는 것 같다 .서울의 경우 1940년 50개에 불과했던 교회가 현재 5천2백95개나 된다.
또 신흥 개발지역인 서울 강남구는「교회 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교회가 많다.
개교회의 폭발적 성장으로는 40년 5명의 신자로 시작한 순 복음 중앙교회가 79년 11월 10만 성도 돌파기념예배를 가졌고 현재 20만 명이 됐다는 사실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어쨌든 교회 확장의 열풍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찬·반 양론이 날카롭게 엇갈린다.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은『성전을 건립하고 가꾸는 일도 중요하지만 교회는 세상을 향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고 이를 실천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성전건립 보다는 신앙의 실천을 강조했다.
이와는 달리 김창인 목사(충현 교회)는 교회를 학교와 병원에 비유,『인간의 병든 심령을 치유하는 교회 예배당을 확장하는 일은 교육 인구와 환자 수용을 위한 병원시설 확장과 똑같은 것』이라고 교회 대형화를 옹호했다.
이제 오늘의 한국 기독교는 전 종교 교세(ⓛ불교 ②개신교 ③유교 ④천주교)에서 세계종교 교세현황(①이슬람=5억9천 ②천주교=5억8천 ③힌두교=4억7천 ④개신교=3억4천명)과는 달리 제2위를 차지했고 1위를 향해「전 민족 복음 화」라는 구호 아래 교세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0년대 이후의 한국 교회 팽창 배경은 각 분야를 휩쓴 성장물결의 교회 안 침투와 산업화로 인해 상실된「자아정체」의 확인 욕구 및 사회적 갈등, 불안, 핍박 감의 극복을 위한 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위안과 신앙 갈망으로 요약된다.
한국의 교회는 이러한 인간갈구를 부분적으로만 수용, 자연적인 성장을 표면에 내세우면서 교회의 본질인 코이노니아(친교공동체), 케리그마(선구), 디아코니아(봉사)등의 사도 적 사명에는 소홀한 채 확장 재원 확보와 상업적 경영의 교회 기업화라는 문제를 야기 시켰다.
김병서 교수(미 몬트클레어 대)는『교회의 비만 화는 구원의 축제 적인 교회 예배 분위기를 상실, 대중을 허위 의식적 신앙 양태로 몰아넣고 교인을 재정 자원화 했다』고 비판했다 (『신학 사상』81년 겨울호).
또 비대한 교회기업에 안주하는 교회 집권층은 사업유지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개발,「현장보존」에 급급하며 천민, 소외된 양반들을 구원했던 초기 한국 교회의 민중 해방적 전통과 근세의 선구자적 개척 정신을 상실해 버렸다는 것이다.
대량 수용되는 도시의 이농영세민 교인들은「상대적 빈곤의식」을 안고 교회를 찾아 적은 연보를 내고 안수기도를 받으며, 복을 비는 현상을 빚기도 한다. 이 같은 경향은『한국 도시교회의 신자 71%가 이농영세민』이고『교인의 82%가 하나님은 기도하는 대로 모든 것을 다 들어주신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난 한국 기독교 사회문제 연구원의 최근조사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성서적인 교회의 정의는 그리스도의 영(생명의 근원)인 동시에 몸(가시적 기관)이며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의 능력을 힘입고 살아가는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다 .원래 교회를 지칭한 헬라어의「Fkklesia」는 회 중, 소집의 의미를 가진 히브리어의「qual」에서 유래한 것으로 하나님 백성이 모여 하나님의 하시는 일과 음성을 보고 듣는 곳을 뜻한다.
이제 한국 교회는 지나친 전도열이나 자체의 팽창 욕에서 오는 갈등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민중구원 및 선구자적인 개척정신의 전통을 되살려 진정한 사회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하겠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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