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에서 춤과 노래를 제대로 배우고 싶었거든요. 한국은 아직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고 생각해서죠.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고 어떤 역이든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 먹었죠."
시키에 소속된 배우 640여 명은 오전 9시30분까지 요코하마 연습장으로 나와 발레와 재즈댄스, 발성, 호흡 등의 강훈련을 소화해내야 한다. 외국인의 경우 별도의 일본어 수업을 받아야 한다. 최씨의 경우 입단 초기부터 노래와 춤, 연기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언어장벽도 각고의 노력으로 극복했다.
시키의 지도역인 장혁진씨는 "상대역을 맡은 남자배우들은 물론 아사리 게이타 예술총감독도 최씨가 시키 최고의 목소리를 가진 배우라고 칭찬한다"며 뛰어난 노래솜씨가 발탁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최씨는 입단 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코러스로 무대에 서다가 얼마 전 '오페라의 유령' 코러스로 자리를 옮겼다. 최씨처럼 코러스의 일원에서 주인공 역으로 발탁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4월쯤 아사리 예술총감독이 느닷없이 '오페라의 유령'의 타이틀곡 중 하나인 'Think of me'를 연습하라고 하셨어요. 나름대로 연습을 한 뒤 테스트를 받았는데 3주 전쯤 주인공 역할을 준비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최씨는 "상대역을 맡은 남자배우들을 비롯한 동료 배우들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격려를 해줘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직은 부족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그래서 완벽하게 연기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시키는 공연위원장 등의 일일평가, 관객들의 '200자 코멘트' 등 각종 평가를 통해 주인공의 실력을 꾸준히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평가가 좋지 않으면 중도 탈락할 수도 있다. 최씨는 "도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도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