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지 살포는 아니다" 조선일보 반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일 MBC-TV의 '100분 토론'에서 조선일보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자 조선일보는 2일 이에 항의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盧대통령에게 보냈다.

盧대통령은 토론에서 "언론으로부터 어떤 고통을 당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과 선거공조를 파기했다는 그 신문을, 무가지(無價紙)로 어마어마하게 찍어가지고…조선일보가 그랬지 않습니까? 진실입니다, 진실이고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해 12월 19일에는 모두 2백38만1천7백부를 발행, 같은 달의 평균 발행부수인 2백38만5천9백7부에 비해 오히려 4천2백7부 적게 찍었으므로 무가지를 '어마어마하게' 찍은 일이 없다"면서 "盧대통령의 말씀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서한을 청와대에 보냈다.

조선일보는 "당시 발행부수는 신문잡지부수공사기구인 한국 ABC협회의 공인까지 받았다"며 "대통령의 발언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생중계돼 조선일보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이 그동안 '잘못된 보도에 대해선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로 대응할 것'을 공무원들에게 일관되게 주문해 온 것과 같은 맥락에서 조선일보가 본 피해와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선 당일 조선일보가 곳곳에 뭉치로 뿌려졌다는 제보가 쇄도한 만큼 盧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선대위 인터넷선거 특별본부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선거 당일 새벽 조선일보의 신문 뭉치가 '어느 아파트 앞에 떨어져 있다'는 식의 제보가 전화가 인터넷 게시판에 폭주했고, 盧캠프의 인터넷 라디오에도 전화 신고가 접수돼 盧후보 지지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수거 활동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당시 조선일보 무가지를 수거하러 다녔던 사람들이 확보돼 있어 조선일보의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방의 한 관계자는 "盧대통령이 대선 당일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는 제목의 조선일보 사설에 불만이 많았다"며 "그 사설은 노무현을 찍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盧대통령의 분노가 컸고, 그것이 이번에 무가지 발언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무가지에 대한 조선일보의 주장은 맞을지 몰라도 조선일보가 선거 당일 편파적인 사설로 盧대통령을 고통스럽게 한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