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교수의 보석상자] 카메오, 정교한 손끝의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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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Cameo)란 투명 보석처럼 가공하기는 부적합한 불투명 또는 반투명 물질을 양각으로 조각한 것을 말한다. 반대로 음각한 것은 인탤리오(Intaglio)라 한다. 자연석인 경우 스톤 카메오, 조개 껍데기는 패각 카메오라 부른다.

카메오는 작은 조각 예술품이다. 이집트.그리스.로마를 거쳐 계승됐다. 초기의 조각은 대부분 인탤리오로 음각을 한 도장이 많이 쓰였다. 로마 시대에 와서 왕족들이 자기 초상을 카메오로 만드는 걸 선호해 많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조상(彫像)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


나폴레옹의 황제 대관식에 카메오로 치장하고 나온 여인들(다비드 그림 중 일부.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르네상스 시대에는 신분이 높은 성직자나 왕족만이 카메오를 걸칠 수 있을 정도로 귀하게 여겼다. 나폴레옹도 카메오를 좋아해 파리에 카메오 조각 학교가 그의 명령으로 설립됐다고 한다. 역사가들은 나폴레옹이 카메오를 좋아한 것은 그가 로마 제국의 황제들에 대한 열정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나폴레옹은 그의 대관식에 사용하였던 올리브 잎새 형상의 관을 사용했다고 한다. 물론 그의 황제 대관식에서는 황후 조세핀을 비롯해 보나파르트가(家) 여인들이 카메오를 착용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바티칸의 주도로 이탈리아에서도 카메오 학교가 설립돼 오늘날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기념품으로 카메오를 구입하는 시발점이 된 것이다. 카메오에 자주 이용되는 재료로 층상의 옥수(칼세도니)가 있다. 검은색 바탕에 흰 줄이 있는 것을 오닉스라 부르고 갈색 바탕에 흰 줄이 있는 것을 사르드 오닉스라 부른다.

카메오는 무엇보다 섬세한 조각이 중요하다. 조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이나 아름다운 여인상이 대부분이나 여러 가지 동물 등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조각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카메오가 많이 유통되고 있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하나같이 서양의 미녀 상을 조각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카메오 조각을 그대로 수입하는데 의존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국내에서도 우리 역사나 설화를 바탕으로 디자인해 가공해 우리 정서에 맞는 형상 개발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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