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분위기 속 "각성"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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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6일 개최 된 경제 4단체장들의 「어음부도사건에 즈음한 기자회견」은 경제단체 부회장들도 회견 개최 2∼3시간 전에야 알 정도로 갑자기 이뤄졌다. 정수창 대한상의회장, 정주영 전경련 회장, 신병현 무협회장, 한재열 중소기협 부회장(유기정 회장은 외유 중)등 경제 4단체장은 25일 밤늦게 서로 연락, 26일 아침8시 조선호텔에서 모였다. 이 자리에서 단체장들은 경제계의 입장표명이 좀 늦은 감은 있으나 사건의 휴유증이 계속되면 경제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니 매듭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아침을 들면서 약 1시간동안 대책을 협의했는데 누구의 책임이든 사건이 장기화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경제계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로 했다.
단체장들은 각 단체의 임원 1명씩을 불러 입장을 밝히는 문안을 작성토록 하는 한편 이날 낮12시 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로 합의.
상오9시30분 대한상의 박용상 이사, 전경련 정정섭 이사, 무협 신영각 이사, 중소기협 한재열 부회장 등이 대한상의에서 문안작성에 들어갔다.
비슷한 시각에 기자회견 요청이 전경련을 통해 각 언론기관에 전달됐다.
갑작스런 회견으로 회견장소인 플라자호텔에는 한 신문사에서 2∼3명의 기자가 뛰어오기도 했다.
회견장에는 정주영 전경련회장이 제일 먼저 왔으며 신 무역회장·정 상의회장·한 기협부회장 순으로 도착.
회견에 앞서 정주영 회장은 정수창 회장에게『99%라는 압도적 다수로, 또 민선회장으로 유임된 것』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옆에 있던 신병현 회장은『민선회장이라는 어감이 이상한데 나는 관선회장이란 말입니까. 나도 만강일치로 당선된 회장이라』고 조크.
정주영 회장은『신 회장이 뭐가 걸리는 데가 있는 모양』이라며 파안대소.
12시가 조금 넘어 시작된 기자회견의 분위기는 무척 무거웠다.
4단체장들은 입장표명에 앞서 한결같이『경제계로서 기업체가 관련돼 있어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제,『분위기 쇄신을 위한 각계의 대오각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들이 마련한「어음부도 사건에 즈음하여」라는 설명문에는『경제계는 정부와 정계를 비롯한 각계의 지도층과 국민의 협조를 간곡히 바란다』고 전제했다.
이날 경제4단체장이 밝힌 입장.
▲정수창 회장=현재 투자분위기가 정착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윤 보강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투자가 되지 않겠는가?
지금은 적자기업이 대부분이고 흑자기업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제는 기업도 주먹구구식의 경영을 해서는 안되며 특히 상식과 신용을 토대로 한 합법적인 기업경영을 해야한다.
과도한 물가억제보다는 순리적인 물가안정으로 기업위축이 없어야 한다.
금년 물가가 9·9%만 되면 족하지 않는가?
▲정주영 회장=얼룩진 일을 계속 생각지 않도록 심기일전, 경제활성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순화도 긴요하다고 본다.
또 제2의 사태 유발을 막기 위해서는 무리한 투자가 지양돼야 한다. 대기업이라고 갖가지 업종에 손을 뻗치고 재무구조가 나쁜데 확장을 일삼으면 되겠는가?
기업윤리의 확립은 자기기업을 건실하게 키우고 좋은 제품을 국제가격보다 싼값으로 국민에게 공급하는 것이라 본다.
▲신병현 회장=이번 사건의 규모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 큰 파장이 이는 것은 막아야한다.
기업도 정신차려야 한다. 빚진 죄인이라고 상식에 벗어 난 행동을 하면 되겠는가?
▲한재열 부회장=중소 기업계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기업의 공공성이 강조돼야겠다.
사리사욕을 떠난 기업윤리 제고를 촉구한다.<박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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