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분단 후 첫 북한 상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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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새벽 공식 발표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10차 회의 합의문은 개성공단 건설과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경협사업의 향후 시간표를 담고 있다. 특히 신발.비누 같은 남한의 경공업 제품 원자재와 북한의 지하자원을 맞바꾸는 새 경협 틀을 제시하고, 수산협력실무협의회의 7월 말 첫 가동을 명시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가 있다는 평가다.

개성공단 내에 9월 중 설치할 남북경협협의사무소는 민간 차원의 경협을 당국 간 협의사무소를 통해 처리함으로써 투자 위험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 관계자는 "분단 이후 최초로 우리 정부기관이 경협 촉진 목적으로 북한 지역에 상주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차 장관급 회담 때 원칙적으로 합의한 북측 민간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도 8월 15일 시행키로 했다. 8월 8일 문산에서 열릴 5차 해운협력실무접촉에서 구체적 문제를 다룬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제주해협이 국제적으로 무해통항권(無害通航權)이 인정되는 곳으로 북한 선박에도 제3국과 동등한 권리를 주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2001년 6월 북한이 '김정일 장군님이 개척해 주신 항로'라며 상선 세 척을 무단 투입해 논란이 됐던 사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11월 중 상호 교환키로 한 경제시찰단은 경제 개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남북 경협을 한 단계 높일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기대다. 특히 최근 시장경제 요소를 많이 도입하고 있는 북한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2002년 10월 장성택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경제시찰단이 다녀간 이후 성사되지 않고 있는 남측 시찰단의 산업시설 방문을 북한이 수용할지가 관심거리다. 과학기술 분야 협력 문제는 뚜렷한 진전이 없어 계속 협의한다는 원칙만 합의문에 담았다.

정부는 대북 지원 사상 최대 물량인 쌀 50만t의 차관 제공을 합의해 주면서 주민들에게 쌀이 제대로 나눠지는지 현장 확인 장소를 지난해 12곳에서 이번에는 20곳으로 늘렸다.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도로 연내 개통 등 상당수 합의 사안이 기존에 북한이 합의와 이행 위반을 되풀이했던 것이란 비판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합의 못지않게 실천이 중요하므로 북측에 전달했고, 미이행 사안의 연내 실천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경협추진위 11차 회의를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평양에서 열기로 약속했다. 나흘간의 서울회담 일정을 마친 최영건 건설건재공업성 부상(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북측 대표단 20명은 12일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선양(瀋陽)을 거쳐 평양으로 귀환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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