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내각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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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18 개각의 의미는 한마디로 국정을 일신하고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제5공화국의「제2기 내각」은 국민에 대한 무거운 부담을 안고 출범한「수습내각」이라고 할 수 있다.
장 여인 사건이건 의령 참사 건 내각책임제 정부라면 내각이 총 사퇴해야할 만큼 중대한 사건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우리의 생각도 전적으로 같다.
이 두개의 사건으로 경질된 각료는 전 각원의 60%나 되는 13명에 이른다. 적어도 양만을 따지면 5·21개각은 대통령책임제 하의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개편인 셈이 된다.
그러나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장 여인 파동에 책임이 있는 김준성 부총리나 나웅배 재무장관은 유임되었다. 이들이 유임된 이유를 놓고 해석들이 구구하지만 결국 사건의 뒷수습을 잘 하라는 함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새 내각이 지금부터 해야할 과제는 비단 경제질서를 정상화하고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는 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장 여인 사건의 그 엄청난 충격으로 허탈과 좌절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의 우??증을 고쳐주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민심수습의 접경은 사건수사를 철저히 함으로써 국민의 의혹을 깨끗이 씻어주는 일이다. 사건수사를 맡았던 검찰의 책임자가 법무장관에 임명된 것은 그런 뜻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본다.
일반의 의혹은 결국 막대한 자금의 사용처와「배후』인물이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로 요약된다. 검찰은 돈의 향방은 물론 앞으로 이규광씨 등 비호부분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장 여인에게 장부가 없고 거래어음만 1만여장이 되어 이를 모두 추적하려면 2, 3개월은 더 걸리리라고 한다. 수사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자금의 향방만은 끝까지 추적, 밝혀내는 것이 이 엄청난 파동의 참다운 해결의 길임을 다시금 강조한다.
공직자들의 국민에 대한 자세가 겸허해야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최근 잇단 사건·사고의 궁극적인 피해자가 국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거듭 지적하거니와 새 공화국의「제2기 내각」은 국민에 대한 엄청난 빚을 지고 발족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새 내각구성의 배경이나 경과로 미루어 모든 국무위원들이 어떤 각오로 업무에 임해야할지는 자명해진다.
지금 우리의 형편은 매우 어렵다. 장 여인 사건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형편에 또 하나의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여기에 집착하거나 좌절을 되씹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이번 개각으로 기용된 각료가운데는 실무에 밝고 신선감 있는 새 얼굴들이 많아 내각의 분위기를 일신하리라는 기대가 가지만, 한편으론 과연 얼마만큼의 역량을 보여줄지 미지수일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기회에 ??문??례나 형식주의에서 탈피해 줄 것을 새 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장관이 바뀌면 그 부처의 업무계획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우를 흔히 보아왔다.
사람이 바뀌었다해서 계속성을 지녀야할 시정지표 자체마저 마구 바꾼다는 것은 그 의욕은 살수 있을지언정 에너지의 낭비라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다. 업무지표의 변경 하나로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이 얼마나 큰 지도 헤아려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사실상 출범한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그야말로 심기일전해서 새 면모를 보여주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새 각원들은 그 자리가 영광의 자리이기보다 국민에게 엄청난 빚을 진「부담의 자리」임을 명각해야 한다.
모든 공직자들이 공복으로서의 자세를 가다듬을 때 국민은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신뢰와 호응을 보낼 것이며 그런 가운데서라야 미증유의 난국은 극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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