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서울대 통합형 논술고사 파문] 上. 통합교과형 논술 본고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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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학 전형계획을 둘러싼 '논술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새로 도입하려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가 '본고사 부활'에 해당하느냐는 것과 강남.특목고 학생들이 유리해지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생.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이 바람직한 대입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로 승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술 파문의 핵심 쟁점을 긴급 진단한다.

"정부 시책에 정면 도전하는 '본고사 부활 시도'다."(당정.전교조.일부 교육시민단체)

"국.영.수 과목에 대한 풀이 위주의 필답고사가 아니므로 본고사가 아니다."(서울대)

통합교과형 논술은 본고사인가, 아닌가.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에서 도입하려는 통합교과형 논술을 둘러싼 '본고사'논란이 팽팽하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서울대가 본고사를 부활시키려는 것으로 간주하고 '장사'에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실체를 보기도 전에 과잉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통합교과형 논술의 구체적인 유형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 본고사의 개념도 입장에 따라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박제남 인하대 교수는 "장독 뚜껑을 열어보지도 않고 '된장'이다, '고추장'이다 하면서 싸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본고사 여부 판단은 성급=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통합교과형 논술이 본고사냐, 아니냐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지만 구체적인 모델이나 지문이 안 나온 상태에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난 5월에도 주요 30개 대학이 본고사는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한 만큼 그 원칙은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들이 통합교과형 문제를 본고사가 아닌 형태로 출제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학생.학부모들이 불안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진곤 한양대 교수는 "통합형 논술이 본고사인지 여부는 현재로선 누구도 얘기할 수 없다"며 "그러나 논술이 당락에 결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본고사라고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고, 그것은 대학의 선발권 자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유형 제시와 관계없이 통합교과형 논술이 서울대가 밝힌 것처럼 기본적으로 '교과 지식'을 바탕으로 논술하는 것이라면 넓은 의미의 '논술형 본고사'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본고사가 국.영.수 등 교과목 지식을 물었다는 점을 염두에 둔 해석이다.

?제각각인 본고사 기준=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을 본고사 부활 시도라고 공격하는 측은 교육부의 '국.영.수 위주의 필답고사=본고사'라는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철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부소장은 "우리는 서울대 통합형 논술고사를 본고사로 본다"며 "정상적 교육으로 대비가 불가능하고 실질 반영률이 90%가 넘는 지필 형태의 시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통합교과형 논술이 도입되면 과거 본고사를 실시할 때와 마찬가지로 사교육 열풍이 불어 내신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정부의 새 대입제도 안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기 때문에 이를 본고사로 간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백순근 서울대 교수는 "교육부가 제시한 국.영.수 위주의 필답고사 금지 정책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을 왜 본고사 부활이라고 몰아세우는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고사 '기준'새롭게 제시해야=교육부는 다음달까지 논술과 본고사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대학들이 분명한 '감'을 잡고 따를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태중 중앙대 교수는 "여당이나 전교조 등이 대학별 본고사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 '이러이러한 것만 된다'는 식으로 폐쇄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학 사회에서는 '국.영.수 중심의 필답고사'라는 낡은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본고사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제남 인하대 교수는 "본고사 여부는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양적 측면에서는 통합형 논술의 실질반영률이 50%를 넘으면 본고사로 보고, 질적 측면에서는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을 다루는 문제는 본고사로 보는 등의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중.최현철.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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