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민심수습」"|단기국회소집 전격합의가 있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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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령경찰관 주민살상 사건을 다룰 임시국회소집을 놓고 팽팽한 대결 상을 보이던 여야는 3일 밤 3당 총무회담에서 제112회 단기국회소집에 극적으로 합의함으로써 자칫 경색의 우려를 자아냈던 정국을 정상궤도로 되돌려 놓았다. 국회내무위가 열렸던 지난달 30일을 전후한 여야의 입장에는 사실 접근점이 거의 없어 보였다. 민한당과 국민당은 각각 당무회의를 열어 임시국회조기소집과 내각 총 사퇴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이종찬 민정당 총무는 『내무위의 결과를 보고 재론하자』고 다소 융통성을 두었지만 권정달 사무총장은 『유족들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보다는 정치적 방향으로 공세를 취하려는 저의가 아니냐』고 단호하게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임종기 민한당 총무가 국민당·의정동우회와 연합전선을 펴 야권공동의 임시국회소집요구를 관철하겠다는 의사를 통고하고 서명작업에 들어가자 민정당 측도 국민당을 연합전선에서 끌어내고 의정동우회소속 의원들의 각개 격파작전에 나서는 등 노골적인 대결자세를 취했다. 민정당 측은 종래의 원칙을 깨고 관계부처장관의 내무위출석을 자청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대결분위기가 누그러진 것은 1일에 이어 일요일인 2일 저녁에 있었던 3당 총무의 막후접촉 이후부터였다. 이 자리에서 민정당 측은 소집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뜻을 비치고「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분위기의 조성」을 야당 측에 요청했던 것 같다. 내각 총 사퇴니, 해임안 제출이니 하는 야당의 정치공세가 계속되면 정부·여당내의 분위기가 굳어져 당론을 소집 쪽으로 끌고 가기가 어려워진다는 사정을 야당 측도 이해했던 것 같다.
그 결과 3일에는 민한·국민당 쪽이「단독소집불사」에서「공동소집노력」으로 바뀌는 등 눈에 띄게 자세가 낮아졌고 대신 민정당 쪽은 당직자회의·원내대책회의 등으로 부산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종찬 민정당 총무가 바빴다. 회의에 앞서 이 총무는 3일 아침 이재형 대표의원을 자택으로 방문해장시간 상의하고 다시 윤석순 사무차장과 함께 정부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단기국회소집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민정당이 결국 국회소집에 응하기로 한 것은 이번 사건자체가 워낙 중대한데다 치안 및 예비군동원체제, 경찰관자질 및 인사행정 등 허다한 문제를 노출했고 정부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대책위원회를 설치했는데도 국회가 이를 외면할 수 없다는 야당 측의 논리를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민정당이 끝까지 임시국회를 거부할 경우 민정당은 국회를 기피하고 다수를 배경으로 국회를 자의적으로 운영하려 한다는 비난을 모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 같다.
또 관련 상임위나 연석회의를 열고, 다시 임시국회로 이 문제를 계속 끌고 가기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빨리 매듭을 지음으로써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민정당은 임시국회가 야당의 정치공세의 무대가 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고 3일 저녁 총무회담에서도 이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측으로서는 처음엔 철벽같던 민정당이 태도를 바꿔 임시국회를 열 수 있게 된 망 외의 전과를 거둔 만큼 내각 총 사퇴 등의 정치공세는 자제키로 양해해 국회를 야당 정치공세 장소 화 하는데 대한 민정당 측의 우려를 덜어 주었다.
국회소집의 성사로 늑장 귀국으로 당내에서 말이 많았던 민한당의 유치송 총재와 임종기 총무에게 한숨을 돌릴 수 있게 했다.
또 민정당과 민한당의 틈바구니에서 자칫 기회주의적인 입장에 빠질 뻔했던 국민당으로서도 이번 국회소집합의는 뜻밖의 구원이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3당 모두에 좋은 결과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또 정치적으로 이용되지만 않는다면 「필요한 사태가 생길 때마다 국회를 열 수 있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으로서 11대 국회에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3당이 정국에 대한 공동책임을 인식하여 끝까지 대화의 채널을 잃지 않고 정치력을 발휘한 것도 평가할 만한 일이다.
이번 임시국회가 운영에서까지 성공하면 새 시대 국회운영의 좋은 전례로 정착하게 될 것 같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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