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옷·씨름·악기 너무 신기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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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중랑구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몽골 출신 노동자(가운데)가 전통 복장 차림으로 몽골 고유 악기 여어친(양금) 소리를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김경빈 기자

"박씨, 사인베이노! (선생님, 안녕하세요!)"

7일 오전 11시 서울 중랑구 M초등학교 5학년 7반. 선생님 대신 교단에 선 몽골 울란바토르 출신의 아리미(28.여)와 데지드(36.여)에게 커다란 목소리로 인사를 한 임성원(12)군은 "게르(몽골의 전통가옥) 안에도 TV가 있나요?"라며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임군은 "오늘 몽골 문화를 배운다는 말에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인사말을 외워왔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이하 이주인권 모임)이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초등학교를 순회하며 열고 있는 '아시아 문화체험 행사'.

교실은 몽골 분위기로 가득했다. 칠판 옆 책상 위에는 가축 뼈로 만든 몽골식 공깃돌인 '샤가이', 토기 찻주전자 '덤브' 등이 놓였고 교실 앞뒤에는 몽골 초원을 담은 사진 현수막이 걸렸다. 아이들은 몽골 전통의상 10여벌을 직접 입어보기도 하고 커다란 국화 빵처럼 생긴 몽골 빵도 먹어보았다.

4년 전부터 서울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아리미(몽골 사범대학 출신)와 데지드가 나와 영상자료를 TV로 보여주자 소란스럽던 교실은 이내 조용해졌다. "몽골에서는 한국을 '솔롱고스'라고 불러요. '무지개의 나라'라는 뜻이죠. 몽골은 예로부터 한국을 아주 좋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데지드가 화면으로 '투그룩'(화폐), '한타츠'(옷), '부흐'(씨름) 등을 소개하자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담임교사 이연숙씨는 "아이들이 다른 나라 문화를 최대한 많이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번 수업을 마련했다"며 "외국인에 대한 편견 대신 좋은 감정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몽골.미얀마.네팔.인도네시아.필리핀의 문화를 소개하고 싶은 학교는 이주인권 모임(02-749-6052)이나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02-3144-0415)에 연락하면 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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