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 보호 못하면 언론자유 존재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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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을 누설한 이른바 '리크 게이트(Leak Gate)'와 관련, 끝까지 취재원 공개를 거부한 뉴욕 타임스의 주디스 밀러(45.여.사진)기자가 6일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동일한 사건으로 같은 법정에 선 시사 주간지 타임의 매튜 쿠퍼(42)기자는 마지막 순간에 "취재원을 밝히겠다"고 말해 구속을 피했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토머스 호건 판사는 이날 최종심리를 열어 해당 정보를 제공한 취재원이 누구였는지 증언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밀러 기자는 꼿꼿히 선 채 " 만일 기자가 취재원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면 기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언론자유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호건 판사는 밀러 기자에게 법정모독죄를 적용해 법정구속했다. 미국에서 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누설하는 행위는 범죄에 해당된다.

◆ 부시 행정부의 표적 수사◆ =2003년 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이라크가 핵물질을 구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동에서 대사를 역임한 조셉 윌슨은 뉴욕 타임스에 부시 대통령의 주장이 '정보 조작'이라고 폭로했다. 이어 뉴욕 타임스의 보수파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은 "윌슨의 부인인 발레리 플레임은 CIA의 비밀요원이었다"고 폭로했다. 두 명의 정부 관리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특별검사가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특별검사는 최초로 플레임의 이름을 누설한 노박은 놔두고 후속 기사를 쓴 밀러 기자와 쿠퍼 기자만 집중 조사했다. 밀러 기자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노박은 이렇다할 만한 조사를 공개적으로 받지 않았다. 관측통들은 노박이 특별검사 측과 '조용히' 협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도마 위에 오른 취재원 공개=밀러 기자를 기소한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는 "언론인들은 (취재원의) 완벽한 익명성을 약속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의 발행인인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가 보다 큰 선(善)을 위해 양심적 행동을 요구하는 때가 있다"면서 "밀러는 바로 그런 (양심적인) 행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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