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그 기업이 알고싶다] 6. SK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 SK의 신입사원 연수 교육 중에는 울산 정유공장의 정유탑에 오르게 하는 과정이 있다. 신입사원들은 탑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며 포부를 키운다. [SK제공]

당신은 SK㈜의 직원. 지금 승용차를 몰고 한적한 국도를 달리고 있다. 앗! 그런데 기름이 떨어져 간다. 그렇지만 휴대전화의 교통 정보엔 가장 가까운 SK주유소가 30㎞쯤 떨어져 있다고 나온다. 그냥 가다간 차가 멈춰버릴 상황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일 "다른 주유소에서 3000원어치쯤 기름을 넣고 SK주유소에 가서 가득 채운다"고 답한다면 회사에서 "애사심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SK맨'의 정답은 "기름이 바닥나면 SK주유소가 나올 때까지 차를 밀고 간다"는 것이다.

◆ 가족도 애사심을=지난해 7월 입사한 채남병(30.여)씨. SK㈜에서 합격 통지를 받은 직후 그의 부모 앞으로 꽃바구니가 왔다. 회사가 보낸 것이었다. '훌륭한 인재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이 적힌 카드 한 통도 함께 왔다. 채씨는 "그 뒤 부모님도 SK주유소만 찾는다"고 말했다. 이런 것이 'SK㈜식 경영'이다.

직원들은 물론 가족까지 'SK맨'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기업 문화는 '젠틀(Gentle)'로 요약된다. 부하 직원이 잘못해 상사가 야단을 칠 때도 사무실이 시끄러워지는 일이 없다. 그냥 조용하게 타이른다. 올 초 입사한 임아인(23.여)씨는 "다른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과는 달리 부서에 배치받고 나서 서류 복사 심부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신입 사원에게도 처음부터 심부름이 아니라 일을 맡긴다. 물론 모르는 것을 상사나 선배에게 물어보면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하지만 이것저것 눈치 보이는 신입사원이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선배를 귀찮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때문에 인터넷에서 해결책을 찾고, 다른 부서에 간 입사 동기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조언을 구하다 보면 야근하기 일쑤다.

회식 문화는 부서마다 다르다. 업무 특성이 배어 있다. 해외 근무 기회가 많은 수출입 관련 부서는 가족중심이어서 회식이 잦지 않다. 단체로 뮤지컬이나 영화를 본 뒤에 맥주 한 두잔 마시는 것으로 회식을 대신 하기도 한다. 반면 동료와 자주 밤샘을 하는 전략 부서는 서로 다른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도 문자 메시지로 연락해 합류할 정도로 끈끈하다.

◆ '패기'있는 인재를 원한다=SK㈜는 '일과 싸워 이기는 인재를 원한다'고 공언한다. 면접에서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본다. 서류전형, 면접, 신체 검사 등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다. 서류 전형에서는 대학 학점이 4.5점 만점에 3.0 이상이 되는지 등을 본다. 주어진 일에 대한 최소한의 성실함을 갖췄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출신 대학은 따지지 않는다.

당락은 대부분 면접에서 좌우된다. 과장급-부장급-임원급 면접 등 세 차례로 나눠 인성.판단력 등을 관찰한다. 이때 응시생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패기'다. SK㈜ 채용담당자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분명히 말하되, 아는 것은 주눅 들지 말고 자신있게 발표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은 금물이다. 예컨대 토론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곤란하다.

면접에서는 엉뚱한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한강물은 1분당 몇t이나 흐를까"하는 것 등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순발력과 논리적인 사고 체계를 평가하는 과정이다. 몇만t 하는 식으로 수치를 대라는 것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이 답을 구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내서 차근차근 설명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청에 한남대교의 길이와 그곳 평균 수심을 묻는다. 그리고 한남대교 부근 강물에 배구 공을 띄워 놓고 1분에 몇m쯤 움직이는지 측정한다. '강 다리의 길이 x 평균 수심 x 배구 공의 이동거리'가 1분 동안의 유량이다'라고 하는 식이다.

덧붙이는 특급 비밀 하나. 면접관만 지원자를 평가하는 게 아니다. 인솔 직원도 지켜본다. 예를 들어 간식거리로 나눠준 다과를 어지러이 흩어놓고 그냥 갔다든가, 면접에 대기하던 중 친구를 만나 무심결에 비속어를 썼다가는 감점이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