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도 훌륭한 화단-적은 비용으로 어떻게 화초를 가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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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규격화된 아파트공간은 자칫 단조로운 분위기가 되기 쉬우므로 베란다를 활용, 적은 비용으로 아파트생활에 꽃과 푸르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아파트화단을 마련해 본다. 완연한 봄날 휴일을 맞아 보다 풍요로운 아파트화단 꾸미기 요령을 원예전문가 이문기씨(원예기능사협회장)의 도움말로 살펴본다.

<꽃가꾸기>
아파트살림에서는 베란다에 화단을 꾸미기 전에 집안의 분위기와 취행·비용·아파트 위치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베란다에 유리창덧문을 닫았는지, 다년생 나무를 심을 것인지, 일년생 화초를 심을 것인지, 베란다에 그늘이 들지나 않는지 등을 염두에 두고 심을 꽃의 종류를 결정한다.
유리창덧문이 없을 경우는 포도나무·능소화·칡·으름 덩굴·맹감나무·담쟁이덩굴 등 다년생이 생육면에서 유리하다.
요즈음은 미니 장미라는 장미의 변종이 인기가 있는데 이는 동전크기 만한 꽃이 피는 덩굴장미로 베란다 난간을 올라가는 모습이 유려하다.
1년생 화초류를 심을 경우는 유리창 덧문이 부착된 아파트에서는 나팔꽃·사이프러스(일명 이탈리아나팔 꽃)·크레마티스·잉글리시아이비가, 유리창 덧문이 없는 집에는 수박·수세미·색동호박·유자·풍선초·조롱박이 적당하다.
화분을 일렬로 늘어놓을 경우는 제라늄이나 꽃 베그니아·잉글리시아이비가 분위기를 돋워주며 꽃이 잘 피고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 그늘진 아파트 베란다에는 관엽식물인 토탄이 유리하다.
그늘진 곳에서도 잘 견디는 연꽃잎모양의 잎이 달린 토란은 얕게 심을수록 잎이 크고 풍성하므로 가능한 얕게 심도록 한다.
그 요령은 시장에서 껍질을 벗기지 않은 검은 토란의 구근을 구입, 처음에는 얕게 심었다가 싹이 나오면 그 위에 흙을 조금 더 덮어주면 된다.
물은 충분히 주도록 하고 잎은 관상용으로, 구근은 식용으로 사용한다.
팬지·데이지·피튜니어와 같은 시장묘판을 고를 때는 크기가 큰 것보다는 잎이 크지 않은 것을, 꽃이 핀 것보다는 필 것을 고른다. 묘판은 특허 섭씨25도 이상의 기온에서는 거의 생명력을 지탱할 수 없으므로 가을까지 꽃을 보려면 시든 꽃은 무조건 다 따주고 장마시작 전인 6월 중순쯤 다시 뿌리만 남기 고다 잘라주도록 한다.
팬지·데이지 등을 12∼15포기 정도 담은 시장묘판은 1천5백∼3천5백원, 미니장미는 2천∼2천5백원, 1년생 맹감나무 9백원, 씨는 2백∼3백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배치 요령>
무조건 바닥에 화분을 늘어놓는 것보다 조립식 선반이나 2중 3중 선반, 공중에 매다는 화분 등을 이용하면 훨씬 운치가 있다.
예를 들어 3중 선반을 활용할 경우 밑 칸에는 긴 플래스틱 선반에 키가 작은 제라늄을, 두 번째 칸에는 베고니아를, 위칸에는 아래로 늘어지는 잉글리시아이비를 배열하는 식으로 바닥에는 키가 작고 앙징스런 화분을, 위에는 아래로 늘어지는 종류를 배치하면 효과적이다.
특히 포도나무·장미·능소화 등은 한 그루 정도 심어서 가지가 여러 개 나오면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가지를 따로따로 칸을 구분하여 옆으로 벌려주어 베란다철창에 컬러타이(비닐로 겉을 싼 철사)로 ×자형으로 묶어주면 미관상 훌륭하다. 조립식선반은 1만원에서 3만원까지 있다.

<채소 가꾸기>
꽃뿐 아니라 채소를 베란다에 재배하면 관상용 외에 식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색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30㎝의 화분이나 사과상자에 가지나 고추를 심고 흙이 건조하면 열매를 맺지 못하므로 비닐로 토양의 겉면을 싸준다. 좀 재미있게 키우려면 피망이 보기도 좋아 권장할 만 하다.
채소류는 첫 번째 열매를 따주어야 계속 열매가 맺어지므로 아깝게 생각지 말고 자주 따주는 것이 재배요령이다. 그밖에 상치·더덕·도라지도 비교적 변충해 피해 없이 잘 자라는 채소로 특히 더덕은 그 향기와 초롱같은 동그란 꽃이 소박한 맛을 한 층 돋워준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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