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속 약물 침투 훤히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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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이온빔 가속기로 유물을 감정하고 있다.

호주 멜버른대 연구팀은 2000년 에이즈 치료용 코발트와 텅스텐 등 중금속이 세포 속으로 어떻게 침투해 들어가는지를 영상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온빔을 세포에 쏘면 약물에서 X선이 나오는데 그 X선을 영상화한 것이다. 약물이 생체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작용하는지를 영화 보듯 볼 수 있다.

1995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종이 위에 쓰인 글자를 판독할 수 없었다. 너무 낡고 훼손돼 있어서다. 박물관 측은 파피루스 종이 위에 이온빔을 쏘아 종이 위에 미량으로 남아 있던 잉크 성분의 흔적을 추적했다. 그 잉크 성분을 연결함으로써 문자를 판독할 수 있었다.

이들은 나노기술 시대의 핵심 연구장비인 이온빔 가속기가 만드는 '마술'이다. 세계 각국은 중대형 이온빔 가속기를 앞세워 나노기술 시대를 견인하고 있다. 생명공학에서부터 재료공학, 수질오염 분석, 고고학, 기초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쓰임새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시료를 파괴하지 않고도 투시하듯 극미량의 성분과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일본.프랑스.독일.인도.아르헨티나 등에 이미 20~30대가 설치돼 기반기술을 개발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기부에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온빔을 이용한 최첨단 연구를 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국내에 소형 가속기 3대가 제한적인 연구에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중대형 이온빔 가속기는 어떤 물질 속에 포함된 특정 성분을 1억분의 1g까지도 찾아낼 수 있다. 발사한 이온의 총량과, 물질에 부딪혀 나온 이온의 에너지와 양의 변화를 계산하면 된다. 성분의 종류는 이온을 맞은 특정 물질이 각각 내뿜는 X선 파장이 달라 판별이 가능하다.

이온빔 가속기는 테라비트급 반도체 제작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즉, 이온빔을 반도체 회로기판에 회로 틀 없이 직접 쏘아 극히 가는 회로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라비트는 500쪽짜리 대학노트 100만 권을 엄지손톱 크기의 반도체 안에 넣을 수 있는 초대용량으로 2015년께나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른 기기로 만들기 어렵다.

이 외에도 아주 얇은 막을 투시할 수 있으며, 고속의 무거운 입자 이온을 사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도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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