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들, 「신곡방송」을꺼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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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금년초 방송가에 있었던 세칭「방송부조리사건」이후 PD들의 신곡기피증 때문에 가요계가 더욱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각 방송국이 사건 이후 가수매니저들의 방송국 출입을 제한,또는 아예 금지시키는가 하면 방송될 곡선정에서 외국곡이나 흘러간 옛 가요를 우선시켜 방송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각 레코드사가 증정하는 앨범에 의존해 오던 방송국이 자체비용으로 레코드를 구입하겠다고 나서 가수와 방송국간의 대화의 실마리는 더욱 풀리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MBC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을 신인가수 오디션테스트의 날로 정했다. 또 매주 수요일은 기성가수들의 새 레코드에 대한 심의를 한다.
KBS측도 신인코너 시간을 방송에 반영하는 대신 지금까지의 허술했던 각종 신곡의 심의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각 방송국의 가요담담 PD들은 이미 히트한 곡이나 흘러간 가수들의 노래만을 방송하고 있다. 또 곡선정이 난처할 때는 아예 외국곡으로 대체해 버리는 편법을 쓰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덕(?)을 보고 있는 가수들로는 이미자 나애심 펄시스터즈 하춘화 현인 박재난씨등이다. 누가 들어도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되는 가수들의 곡을 선정하다 보면 어쩔수 없는 일. 그래서 요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 『목포의 눈물』 『전선야곡』『맹꽁이타령』등 50년대에서 70년대 초에 히트했던 노래들이 많이 흘러 나온다.
또『과거를 묻지 마세요』 『앵두나무처녀』 『산장의 여인』등의 노래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엉뚱한 팝송이 국내가요 시간에 흘러 나오는 것도 예삿일.
팝송은 어떤곡을 선정해도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어 좋다는 것이 PD들의 이야기다.
60년대 등장한 일군의 국내가수들의 노래가 한동안 신인가수들의 도전에 밀려 묻히는 듯 했으나 옛 가요와 팝송의 범람속에서 다시 생기를 되 찾고 있다. 『청포도 사랑』(도미노래), 『우리마울』(한명숙노래), 『밤 안개』(현미) , 『어린시절』(이용복), 『코피 한잔』(펄시스터즈)등이 그 예다.
가요계의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6개 레코드사 대표들이 지난23일 KBS 이원홍사장과 면담을 가졌으나 경직된 가요계 문제에 어떤 실마리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레코드사의 임정수사장은 『방송가의 검풍운동은 좋지만 가요계가 너무 경직돼서는 대중가요 발전에 장애가 안됐으면 한다.
젊은 세대에겐 젊은 노래를 들려주어야 한다』
이와는 달리 가요PD들은 『불필요한 오해는 받기 싫다. 현재의 기분으로는 가수나 또는 그들의 매니저와 만나 차한잔 조차 나누기 싫다』고들 한다.
엄격한 심의 절차와 오디션 태스트를 거치는 것은 좋은 곡 좋은 가수를 걸러내고 들려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겠으나 그 절차의 지나친 경직화로 방송가요가 필요이상 위축되어서도 곤란할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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