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의 육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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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문직업인의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전문대학의 상당수가 입학정원미달, 재학생의 중도학업포기, 기업체의 냉대로 인한 취업율저조 등으로 존립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
요즘이 입학시즌인 전문대학은 원서를 접수시키고 구두시험에만 응시하면 그의 대입학력고사성적이 몇점이건 그자리에서 합격증서를 주고있다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신입생이 크게 모자라 학교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재학생의 상당수는 기회만 있으면 4년제대학에 입학할 궁리만 하고 있고 졸업장을 받아봤자 기업체에서 채용하려하지 않으니 전문대학의 설곳이 없게 마련이다.
전문대학이 처음으로 설립된 79년만 해도 오늘날의 산업사희가 요구하는 중견기능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모은 것은 사실이다.
『피라미드형 산업구조에서 상층의 고급기술인력(4년제 대학출신)과 하층의 기능인력(고교출신)사이의 중간기술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가 그럴듯했을 뿐 아니라 고학력을 지향하는 우리국민의 성향을 수용하려는 뜻도 담고있었다.
그러나 실시한지 불과 몇년이 되지 않아 이러한 기대는 무산되고 제도는 뿌리를 내리지 못한것이 드러났다.
앞서 지적한대로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다수 전문대학이 재정의 영세성으로 경영이 부실한데다 병역법상 군입영을 연기하거나 4년제대학에 입학하기까지 잠시 머무르는「철정입학」「편의입학」을 한 학생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면서 전문대학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크게 떨어졌다.
더우기 2년전만해도 일부 졸업생들은 정규대학에의 편입기회를 노리기도 했으나 졸업정원제로 인해 그길 마저도 막히고 말았으며, 당국의 계속적인 종용에도 불구하고 기업체에서 전문대졸업생을 대졸과 고졸의 중간학력으로 인정해서 뽑아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취업도 보장되지 못하고 진학도 어려운 전문대학졸업생의 딱한 사정은 결코 가볍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기초적인 실험·보습기구 하나 제대로 갖추어 놓지 않은 부실한 교육으로 졸업생을 배출해 놓고 기업체들에 그들을 고용하라고 권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당초부터 육영보다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받아 값싼 시간강사나 쓰면서 그 차액으로 수지를 맞추려던 엉뚱한 교육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옥의 티처럼 불순한 목적으로 전문대학을 설립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모든 전문대학을 도매금으로 취급할 수는 없으며 상당수 학생들이 마음에 없는 입학을 했다해서 중견기능인으로 입신하겠다고 학교의 문을 두드린 많은 학생들의 향학열이 외면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천부적인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앞으로 살아갈 길은 기술을 개발하는데 있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전문대학은 고도산업사회건설이란 우리의 목표에 비추어 꼭 필요한 중간기능인 양성기관이다.
굳이 4년제대학을 마치지 않고도할 수 있는 기술·기능분야는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많아졌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문교당국이 할일은 자명해진다. 일부 전문대학의 부실경영이 골칫거리라해서 『정리를 하겠다』는 발상은 적어도 문제해결의 정도는 아니다.
전문대학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운영의 부실로 귀결된다. 정부가 한푼의 보조도 하지 않으면서 막대한 시설투자를 설립자에게만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문대학은 실업계 전문인력양성기관이지 일부 학생들이 편의상 잠시 머무르는 곳은 아니다. 전문대학이 우리시대에 꼭 필요한 교육기관이라 생각한다면 이에대한 보다 집중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 좋은 제도, 꼭 필요한 제도가 사장되는 일은 결코 바람직스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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