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활로는 기술개발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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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일본은 두번에 걸쳐 경제전략계획이란 것을 만들어 추진했고 이것이 성과를 거두어 현재의 일본으로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인플레와 식량난, 주택난등 전후의 참담한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1946년 현 경제기획청의 전신인 경제안정본부가 발족되었다.
이것은 연합군사령부가 추진해서 만든 것이지만 당시에는 일본정부의 중심기관이었다. 이 경제안정본부의 일본경제부흥구상이 바로 제1차 경제전략이다.
경제전략의 기본은 일본국민의 생활수준을 2차대전전인 1935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47년당시의 실질 GNP는 35년에 비해 겨우 3분의2수준이었고 국민생활수준은 반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우선은 경제적 독립, 즉 국제수지의 자립과 균형을 달성하는데 전력을 집중시켰다.
1차경제전략의 목표는 l953년을 목표연도로 하여 식량생산은 47년대비 30%, 광공업생산은 4배, 수출은 2억달러에서 16억달러로 8배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많은 사람들의 회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초과달성 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에 따른 특수와 미국의 경제협력이 크게 기여했지만 무엇보다도 일본인의 경제적 활력이 크게 발휘된 결과였다.
1955년 일본정부가 추진한 경제정책방향(2차경제전략)은 중화학공업을 확대, 산업구조를 구미처럼 근대화시켜 고용을 늘리고 한편으론 수출을 증대시켜 국민생활을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이를위해 기초산업의 생산시설을 태평양 연안쪽에 계속 건설하고 에너지원을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시켰다. 가공산업도 발전시켜 60년대에는 연평균 10%의 실질경제성장을 지속시켜 나갔다.
미국·유럽으로 부터 최선단기술을 손쉽게 도입할수 있었고 값싼 석유를 무제한 사들여 화학공업 발전에 큰 애로가 없었다. 국내 저축률이 높아 자본축적도 용이했다.
그러나 6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수준과 산업수준이 일정수준에 달하면서 합리주의만으로는 일을 처리하기 어렵게 되었다. 제1차 오일쇼크가 엄습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가계가 합심해 무난히 이겨나갔다.
이미 65년에 일본은 세계 제1의 조선국이 됐고 일제TV·라디오·전기냉장고등도 세계적 명성을 얻게끔 되었다. 재정수입 증대로 이중곡가제도 채택할 수 있었고 농촌소득은 도시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55년이후 70년대초까지의 15년에 걸친 고도성장으로 일본의 산업구조는 구미못지 않은 근대화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같은 부유함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 나는 비관하는 쪽이다. 과거와 같은 경제전략만으로는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이겨낼수 없다고 본다.
일본경제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애로는 에너지다. 현재 일본의 석유의존도는 77%다. 석탄과 천연가스도 거의 전량 수입하고 있다.
또하나의 어려움은 경제구조의 변화다. 공해문제·사회복지등이 클로스업 되고 이에대한 국민의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경제제일주의 사회가 다원화사회로 변천되는 과정이다.
공해산업및 원자력산업에 대한 주민의 반발이 거세어져 보상비용이 많이 들고 제품값도 비싸질수 밖에 없다. 철강·비료등 소재산업일수록 타격이 크다.
로보트산업등이 있긴하지만 10년, 20년후의 장래를 생각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제3의 경제전략을 강구하지 않으면 21세기를 살아갈수 없다.
첫째 무엇보다 고도의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일본이 「응용의 천재」로 불리어 왔지만 구미에서는 지금 대일기술수출을 적극 억제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학계·재계가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내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일본경제의 향방도 크게 달라진다.
둘째 공해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소재산업은 국제 분업적 입장에서 개발도상국에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째 부가가치가 높고 공해가 적은 제조업을 육성 발전시켜 고용에 대비해야 하며 고용효과가 큰 3차산업도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은 6·25동란에 이어 분단상태가 지금도 계속되어 국방에 많은 경제력과 인력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일본과는 여건이 다르다.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구가 많으나 자원이 부족하고 식량공급도 충분치못해 무역과 공업화에 역점을 두고있다. 한국인의 장점은 일본인보다 더 강한 활력에 있다고 본다.
현재의 한국경제는 일본의 제2차 경제전략시대의 후반기 시점에 이르고 있는것 같다.
이는 정부나 경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경제성장률이나 무역신장률을 일본이 당시에 성취한 것보다 훨씬 더 높일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일본의 고도성장은 당시 국제정세가 매우 유리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이 맞고있는 지금의 정세는 그때에 비해 매우 불리하다. 무엇보다 석유값이 많이 올랐다. 또 각국의 수입장벽이 높고 각종 원자재가격이 크게 올랐다.
다행히 철강·합성섬유·직물·플래스틱·조선등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신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를 좀 더 확실하게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기계·전기·전자등 가공산업을 육성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이에대한 기술과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
일본이 지향해야할 최우선과제가 독자적인 기술개발이라고 한다면 한국도 10년 또는 15년후에 반드시 지금의 일본과 같은 경우에 처할 것임에 틀림없다.
앞으로는 기술이 한나라의 운명을 지배하는 시대가 된다. 지금부터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필자>
일본의 저명한 민간 이코너미스트. 현실감있는 산업평론으로 정평이 있고 석유공업심의회회장등 각종 정책위원회의 멤버로 경제정책에도 큰 영향력을 미친다. 경도대학철학과와 동경대학경제학과를 나와 2차대전전 기획청에 근무하던중 미 일경제력을 계량적으로 분석. 미 일이 전쟁을 하면 일본이 긴다는 결론을 내려 옥고를 치르기도했다. 전후엔 경제안정본부의 핵심멤버로서 부흥정책에 직접 참여했고 그후 일본공업신문·산께이신문의 사장도 지냈다. 현재는 민간경제조사기구인 산업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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