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오씨 시 『어미 아비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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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 달의 시중에는 하종오씨의 『어미 아비 노래』(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중), 송수권씨의 『봄』(문학사상), 이영진씨의 『나주평야』(한국문학), 신경림씨의 『길』(소설문학) 등이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종오씨의 『어미 아비 노래』는 분단상황의 극복이 민족의 주체적인 힘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쓰인 이 시에서 하씨는 「널 키워 바람소리 들려주며/이 땅의 슬프디 슬픈 가락이라고/청사에 버려진 떠돌이 새의 울음이/이 나라의 남아있는 말이라고/우리는 가르쳤다만」이란 귀절을 통해 외세의 바람에 내버려진 존재였던 우리의 상황을 통절하게 표현했다. 하씨는 이어 그러나 「이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며/풋벼 바심하여 허연 뜨물 떠먹던/…(중략)…어미 아비가 아무려면 주인 아닐라」라고 쓰면서 이 땅의 주인이 우리라는 것을 똑똑하게 보여준다.
하씨의 시는 강렬한 주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서정으로 감싸고 있어 흔히 깊은 내면의식만을 내세워 감동에 이르지 못하는 많은 시들과 구별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시는 상징이 지나쳐 그 내용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약점도 지적됐다.
송수권씨의 『봄』은 봄의 피어나는 생명과 아름다움을 대장간에서 들려오는 쇠 소리의 청량함·생명감과 연결시켰다.
어린 날의 회상과 연결된 이 시는 봄을 맞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힘차고 경쾌한 봄의 꿈을 간직하고 있어 즐거움을 준다.
이형은씨의 『나주평야』는 농촌의 이야기를 감상없이 썼다. 농촌의 현실을 쓸 때면 항상 나타나는 소외감이나 패배감보다는 그 속에서 살아가려는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시다.
「무더워야 할텐데/피가 바리바리 끓도록 뜨거워야/흰 벼꽃이 무더기로 피어/저 험난한 농협계단, 추곡수매를 지나」로 나타나는 농사의 어려움도 시 전체에서 풍기는 어떤 자부심으로 해서 극복되는 것 같다.
신경림씨의 『길』은 민중정서를 보는 신씨의 눈이 더욱 깊이를 가지게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움말 주신 분="조남현·최동호·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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