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원·디자이너·영양사 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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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니섹스물결이 대학가에 일고있다. 간호원·디자이너·영양사·무용수 등 종래 여성전문직이었던 금남의 직종에 도전하는 남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여성전문직의 심벌인 간호원을 양성하는 대학간호학과와 디자이너 코스인 의상학과에 10여명의 남학생이 무더기입학했으며 무용과·영양학과에도 남학생들의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성전문직에대한 이같은 도전(?)은 개방사회가 오랜 유교인습을 깨고 성적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기때문이며 남학생들이 이들 학과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대학마다 카운슬러교수를 두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하고있다.

<간호원>
금남의 성역을 제일먼저 개방한 곳은 서울대간호학과. 올해 졸업생 2명을 포함, 졸업생 4명이 백의천사로 병상을 돌보고 있다. 재학생은 3학년 2명, 1∼2학년이 1명씩 모두 4명. 올해도 제주 제일고 출신 임모군(20)이 입학, 청일점의 맥을 잇고 있다.
80년부터 남성에 대한 차별대우를 철폐한 연세대 간호학과에는 올해 7명이나 한꺼번에 입학했다.

<무용수>
79년 수도여자사범대학이 남녀공학의 세종대로 바뀌면서 무용학과에 입학한 남학생은 79년 1명, 80년 2명, 81년 3명, 82년 4명 등 모두 10명이며 매년 입학생이 1명씩 늘어나고 있다.
세종대무용학과의 첫 입학생인 소흥섭군(23)은 『중·고교때 민속극을 보고 그들의 예술적 감수성에 공감해 입학했다. 더구나 남성무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무용계에서 남학생의 사회진출이 보장돼 무용학과를 지원하는 남학생이 많다』고 자랑했다.

<디자이너>
국민대의상학과에는 지난해 45명 정원중 7명이 무더기 입학한데 이어 올 해에는 2명이 입학했다.
이처럼 남학생들이 여성전용(?)학과인 의상학과에 지원하는 것은 기성복 붐을 타고 큰 의류메이커에서 여성보다 남성디자이너들을 더 원해 『취업전망이 밝기 때문』이라고 국민대의상학과 배천범 교수는 말한다.

<전망>
하지만 아직도 유교전통의 우리사회의 인식이 썩 호의적이지 못한 것은 물론 『현재 재학중인 남학생들이 다수의 여학생들 틈에 끼여 적응을 잘못하고, 과목자체가 남성에게 적당치않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서울대간호학과 홍경자 교수는 말한다.
이러한 문제점은 서울대 간호학과 올 졸업생 중 1명이 간호국가고시에 떨어지고 3학년 중 1명은 성적불량으로 제적, 연세대 간호학과의 81년 입학생1명은 1학기말 자퇴한 것 등에서 드러나고 있다.
올해 S대 간호학과에 입학한 K군은 『처음 의대를 지망하려 했으나 학력고사점수가 모자라 간호학과를 택했다. 기회가 있으면 의대에 편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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