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잘 안팔려 사우디, 안절부절〃|소비국, 값싼 리비아쪽에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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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시장의 원유 과잉공급사태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궁지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적정한 가격과 신뢰성때문에 급격한 원유수요 감소를 견뎌왔지만 이제는 하루 8백50만배럴의 원유를 어떻게 팔아치우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합작회사인 아람코석유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 엑슨·모빌·텍사코·소칼 등 4개회사는 그동안 많은 원유를 사들여 왔지만 지금은 구매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수년동안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값싸고 안정적인 원유를 얻어내 크게 이득을 보아왔던 회사들이다. 이제와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기름을 적게 가지고 가게 해달라고 요구하기 힘들게 되어있다.
원유가 넘쳐흐르고 있는 어려운 때에 사우디아라비아 원유할당량 처리를 외면한다면 뒷날 기름얻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미국회사들은 나중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기름이 다시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미국의 4개회사는 비공식협정으로 매일 5백50만∼6백만 배럴의 사우디아라비아원유를 사들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생산량 8백50만 배럴 가운데 나머지는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민이 처리하고 있다. 대부분은 정부간 거래로 판매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화나지 않게 하면서 원유를 얼마만큼 덜 가지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무런 암시도 주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협박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원유를 사와야 한다-이것은 미국석유회사 간부의 실토다.
설령 원유거래로 손해를 본다하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최근 몇주동안 사우디아라비아도 원유를 파는데 고통을 겪어왔다. 몇달전만해도 여러나라에서 공시가격으로 기름을 사겠다고 몰려 왔었다. 그런데 지금 현물시장의 원유가격은 이보다 훨씬 싸다. 석유소비국들은 값을 할인해주는 리비아나 나이지리아 등 다른 OPEC산유국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러는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생산량을 조절하겠다는 여러가지 암시를 띄워 보내고 있다. 「야마니」석유상은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감산정책이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정책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조용한 가운데 미국 석유회사들에 의무구입량을 줄이도록 할 것 같다.
석유업계는 이런 사태가 어떻게 발전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다음 조지에는 많은 문제들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원유가격을 낮추라는 압력을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량감소로 버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백만 배럴을 줄인다면 원유과잉사태는 사라질 것이다.
지난 몇년동안 자유세계의 원유소비량은 10% 줄어든 하루 4천6백50만 배럴로 떨어졌다.올해도 계속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2백만 배럴씩 감산해도 별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다른 산유국들이 열심히 그만큼을 더 생산해 낼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한 관측통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오는 5월 에콰도르의 퀴토에서 열리는 OPEC회의에서 수요를 일으키기 위해 배럴당 34달러의 기준원유가격을 더 낮출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개 생산량의 5% 정도가 거래되고 있는 현물시장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원유의 공시가격은 너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질유는 공식가격인 34달러보다 훨씬 싼값으로 이곳에서 팔리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가격인하는 사태를 더욱 나쁘게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는 5윌20일 OPEC회의가 열리기 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생산량 삭감이나 가격인하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데 세계석유업계 소식통들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2년동안 나타난 사우디아라비아전략의 일부는 세계석유시장을 지배하는 석유강국을 다시 건설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시장에서 무뢰한이나 경솔하게 군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 같다.<아시안윌스트리트저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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