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5차 방 너무 이르다" 한국권투 위,「3월 대 오로노 전」연기를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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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프로복싱WBC(세계권투평의회)슈퍼플라이급챔피언 김철호가 오는 3월28일 가지려는「오로노」와의 5차 방어전이 시기상조를 내세우는 한국권투위원회(KBC)와 강행하겠다는 매니저 측의 의견이 대립,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황종수 한국권투위원회 챔피언관리위원장은 김철호가「이시이」에게 8회 통쾌한 KO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앞으로 적어도 3개월 이상의 휴식이 필요해 오는 3월28일로 예정된「오로노」(베네쉘라)와의 재대결은 도저히 허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철호의 매니저인 전호연씨는 챔피언이 체력관리에 아무런 무리가 없고 또 빠른 시일 안에 대결하기를 스스로 원하고 있기 때문에 당초「오로노」측과의 약속대로 3월28일 대전에서 5차 방어전을 강행하겠다는 강력한 의견을 제시하고있다.
한국권투위원회는 김철호가「이시이」에게 다운 당한 것은 충분히 쉬지 못한 채 너무 자주 격렬한 타이틀전을 치른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은 지난해 1월25일「오로노」를 9회 KO로 누르고 타이틀을 따낸 이래 1년16일 동안 모두 5차례의 타이틀전을 벌였고 이 대전이 모두 격렬한 난타전이어서 신체에 크게 손상을 당하고 있다는 중론이다.
즉 일본의「와따나베」(81년4월2일)와의 1차 방어전 때도 충격이 큰 펀치를 무수히 맞았지만 20세의 젊음과 투지, 그리고 착실한 훈련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흑인「윌리·젠슨」(81년7월29일·부산)과의 2차 방어전은 13회 KO로 멋진 장식을 했지만 이 대전이 끝난 후 김철호는 화장실에 가서 먹었던 음식을 토하는 등 괴로움이 겹쳐 병원에서 응급치료까지 받아야했다.
그런데다 일본의 터프가이「마루야마」(81년11월18일)와의 3차 방어전 때는 주심의 경기중단으로 9회 TKO승을 거두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반에 치명타를 맞고 무릎이 휘청하는 아슬아슬한 고비가 있었다고 보고있다.
이 같은 위기를 넘기더니 끝내「이시이」전에서 3회 다운을 뺏긴 것은 김철호가 서서히 매에 약해져가고 있다는 증거로 앞으로의 대결은 이러한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한국권투위원회는 박찬희가 마지막 6차 방어전을 36일만에 벌였다가 한물간 복서「오오꾸마·쇼오지」(일본)에게 9회 KO패로 타이틀(WBA플라이급)을 잃은 예를 상기시키면서 불행한 결과가 올 경우 한국권투위원회가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크게 걱정하고있다.
KBC 이종박 링 닥터는『복싱과 같이 격렬한 경기를 벌이면 1주일 후에야 피로감이 온다. 따라서 세계타이틀전을 치른 복서들은 최소한 한달 가량을 쉬어야 한다. 그러므로 세계타이틀매치는 적어도 3개월 이내에는 치르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하면서 복서가 경기가 끝난 뒤 토하는 것은 뇌 조직의 일부가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소견을 피력했다.
이 박사는『10회전 이상을 벌인 복서는 경기 후 종합진단이 꼭 필요한데 챔피언 김철호 마저도 이제까지 종합진단은 물론이고 뇌파검사조차 한번도 해 본적이 없다』며 안타까와 하고있다.
김철호는「이시이」와의 방어전도 당초 1월에서 2월로 연기하기도 했지만 이같이 5, 6차 방어전을 두 달 간격으로 급히 예정하고 있는 것은 옵션과 지명 방어전 때문이다.
즉「오로노」에게 타이틀을 뺏을 때 3차 방어에 응해준다고 약속했으나「마루야마」「이시이」등의 대결을 주선, 일정이 바빠져 결국 지명방어전이 되는「라울·발데스」(동급1위·멕시코)와의 6차 방어전도 급히 해결해야할 실정이다.
김철호는 4차 방어까지. 대전료로 약1억1천만 원(l차 2천만 원·2차 2천만 원·3차 3천만 원·4차 4천만 원)을 받아 부와 명성을 쌓고 있다. 김의 대전료는 6차 방어전에서 무너진 전WBC플라이급챔피언 박찬희의 대전료(약1억4천만 원)에는 못 미치지만 5차 방어전에서 이 기록을 곧 깨게 된다.
따라서 돈이 아쉬운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매니저들이 챔피언을 보유하는 동안 방어전을 많이 벌여 돈을 거둬들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인 것이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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