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호남 민심, 꿈틀대는 정가] "10석 민주당이 … " 열린우리 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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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호남발 태풍'에 흔들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앞마당'으로 생각했던 광주.전남에서 민주당에 지지율을 추월당했다.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 지역 여당 의원이 당 2인자 자리를 집어던지고 "청와대 인사에서 호남이 홀대받고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10석 야당인 민주당이 146석 여당에서 의원 빼가기를 할 것이란 말까지 나돈다. 그러면서 여당 내에서 정계개편에 대한 목소리는 점차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여당 내 위기감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여권을 흔들고 있는 '호남발 태풍'이 정계개편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날 고건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론을 제기한 열린우리당 신중식(전남 고흥-보성) 의원은 10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대통령을 함께 만들었다. 이 두 당이 합당하자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했다. 그는 "당을 추스르자는 것인 만큼 앞으로 결연히 행동할 것"이라며 합당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다간 10월 재.보선 참패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도 장담할 수 없다"며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호남 출신 의원들 중 적지않은 수가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주승용(여수을) 의원도 이날 "지역 여론이 중요하다. 주민들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원하고 있다. 그 뜻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역시 "이대로 가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거듭 패하기라도 하면 당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강진-완도 출신의 이영호 의원도 "시간이 되면 다 (통합)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당.청 관계에 대한 호남 출신 의원들의 불만도 적지않다. 광주 동구 출신인 양형일 의원은 7일 대정부 질문에서 "참여정부가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일들을 추진하고서도 국민의 이해와 공감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에 비해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회동 횟수가 적다"며 "야당 대표를 자주 만나 참모조직으로부터 들을 수 없는 자문을 얻어야 국민도 안정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광주 광산구 출신의 김동철 의원도 같은 날 대정부 질문에서 "유전과 행담도 개발은 추진 과정에 분명 잘못이 있었음에도 내부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 태풍의 진원은 호남 민심=당내 분란의 진원지는 호남 민심의 악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남에서 여당의 지지율 하락은 뚜렷하다. 올 초만 해도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민주당을 두 배 가까이 앞질렀다. 하지만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급락했다. 최근 광주 CBS가 광주.전남 주민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남에선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27.5%로 민주당의 36.3%에 크게 뒤졌다.

광주에서는 37%대 26.9%로 앞서기는 했지만 격차가 급속히 좁혀지고 있다. 전남.광주를 합친 지지율은 민주당이 31.5%, 열린우리당이 32.3%다. 염동연 의원이 상임중앙위원직을 던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호남 지역 의원들이 탈당설에 휘말린 것도 마찬가지다.

8일 호남 의원 달래기에 나섰던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를 만난 한 의원은 "대통령에게 꼭 전해 달라"며 호남의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민주당을 버린 자식 취급해선 안 된다"는 게 전해 달라는 말이었다. 이를 들은 김 특보는 굳은 표정으로 꼼꼼히 메모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영남은 젖은 장작이고, 호남은 마른 장작"이라며 "마른 장작은 약간의 불쏘시개만 있어도 활활 타지만 젖은 장작은 웬만해선 타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신용호.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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