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괄타결' 美반응 없자 핵 보유 언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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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25일의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선 중국이 회담의 결렬을 막기 위해 외교적 격(格)을 깨가면서 막후 중재 노력을 기울였으며, 북.중, 미.중 양자회담만 열린 것으로 알려진 24일에도 잠시 3자회담이 열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회담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은 첫날 회담에 공식 대표인 푸잉(傅瑩) 외교부 아주국장 외에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도 줄곧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王부부장은 당초 회담 개막식 연설만 하기로 돼 있었으나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줄곧 남아 회담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근 외무성 부국장은 첫날 회담에서 미국 측에 핵 문제 해결 일괄타결안을 제시했으며, 王부부장이 주최한 만찬에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를 따로 불러 핵 보유를 시인했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핵 보유를 언급한 것은 미국이 북한의 제안에 대해 선(先) 핵 폐기라는 기존의 입장을 계속 밝힌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4일에도 중국 측의 주선으로 3자회담은 진행됐다. 그러나 북한 측 대표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이후 회담은 북.중, 미.중의 양자회담만 열리게 됐다.

회담 결렬을 막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장관)을 회담장에 보낸 데서도 드러난다.

李부장은 25일 이근과 켈리를 따로 만나 "핵 문제는 복잡하고 민감하지만 해법은 사람 하기에 달린 만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국적 견지에서 계속 평화적 대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李부장은 이후 이근.켈리를 함께 불러 "앞으로도 대화해 나가자"고 악수를 청했고, 이근과 켈리도 함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 보유 시인 보도로 뒤숭숭한 가운데서도 북.미가 중국과 함께 손을 잡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서울=오영환 기자, 베이징=유광종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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