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전술 불안 … 이대론 본선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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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독일월드컵을 향한 태극전사들의 진군이 힘겹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에 오르면서 이미 세계무대에 축구강국으로 자리를 굳힌 만큼 '6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자체는 이제 큰 의미가 못 된다. 세계 4강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위상이다. 1년 뒤의 본선 무대에서 대추락의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 같아선 안 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 한국 축구대표 선수들이 8일(한국시간) 알카즈마 경기장에서 마지막 훈련을 하기 전에 달리기로 몸을 풀고 있다. 아래사진은 선수들에게 작전을 설명하는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 [쿠웨이트시티=연합]

◆위태로운 수비=2002 월드컵 4강 신화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상대 공격수들을 이중삼중으로 에워싸 꼼짝못하게 하는 파워 넘치는 겹수비에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이마누엘 올리사데베(폴란드),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스페인) 같은 월드스타들이 꽁꽁 묶였다. 자물쇠의 주역은 홍명보-김태영-최진철 등이었다. 거기에 송종국.이영표.박지성.김남일.유상철 등 미드필더들의 조직적인 수비 가담이 한국과 싸우는 다른 팀들에겐 큰 위협이었다. 홍명보와 김태영은 A매치에 100경기 이상 출전한 경험 많은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수비는 대부분 신진급이다. 우즈베키스탄전을 포함해 한국의 스리백 멤버 중 A매치에 열 번 이상 출전한 선수는 박동혁(18경기)뿐이다. 유경렬은 9경기를 뛰어봤고, 김한윤은 우즈베키스탄전이 A매치 데뷔전이었다. 이들은 경기 중 실수했을 때 스스로 위축돼 기량을 제대로 발휘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을 세련되게 다듬고 패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급하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현재 한국 수비는 월드컵 본선에서 강팀들과 대등하게 싸울 정도의 수준을 100점이라 볼 때 60점 정도"라며 시급한 보강을 주문했다. 신 위원은 "수비를 스리백이 전담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팀 디펜스 개념을 도입,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등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술이 단조롭다"=전문가들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전술에도 여전히 의문을 단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뚜렷한 철학이나 주관 없이 그때그때 상황을 넘기는 데 급급한 인상이다. 선수 파악이나 전술 구사에 있어서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2002년 당시의 거스 히딩크 감독과 비교해 "히딩크 감독은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빈틈없이 움직였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본프레레 감독에게는 그런 비전을 발견할 수 없다"는 혹평도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히딩크는 2002 월드컵 전 체코와 프랑스에 0-5로 연패하며 코너에 몰리면서도 자신이 구상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에게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시켰고, 지명도에 상관없이 선수를 발굴했다. "그러나 본프레레는 월드컵 최종예선 4경기 동안 거의 똑같은 3-4-3 포메이션과 선발 멤버로 나섰다. 경기 상황에 따라 과감한 전술 변화와 선수 교체를 해줘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해 10의 능력을 가진 선수들을 데리고 5~6의 성과밖에 올리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는 지적이다.

쿠웨이트시티=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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