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녀 국적포기 100명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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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개정 국적법 발효(5월 24일)를 앞두고 지난달 한국 국적을 포기한 1077명의 명단이 7일 관보 게재를 통해 공개됐다. 법무부는 이날 "병역기피 목적의 국적이탈을 막기 위해 마련된 개정 국적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지난달 6일부터 국적법 발효 전날인 23일 사이에 국내에서 신고한 1306명 중 철회자 226명과 실수로 관보에서 누락된 3명을 뺀 1077명의 인적사항 등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명단에는 해당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 선택 국적, 본적, 호주 이름, 국적이탈 일자 등이 실렸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외공관에서 국적 포기가 확정된 702명의 명단은 조만간 관보에 추가로 고시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 국적포기자가 국적회복을 신청할 경우 간단한 심사절차를 거쳐 허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두 자녀 국적포기도 100명 이상=본지가 관보에 게재된 1077명의 출신지역(본적지 기준)을 분석한 결과 서울이 628명(58%)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가 84명(8%)으로 뒤를 이었다. 수도권이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이어 경북 67명, 부산 53명, 대구 45명, 경남 42명, 전북 18명, 광주 15명, 전남 11명 등의 순이었다.

서울이 본적인 628명 중 38%는 종로구(109명), 중구(79명), 성북구(52명)에 몰려 있었고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이른바 '강남벨트'는 60여 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강남 비율이 낮게 나타난 것은 관보에 실제 주소지가 아닌 본적지가 기재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적 취득 국가별로는 미국이 전체의 96%인 1031명으로 압도적 다수였고 나머지 4%에는 캐나다(21명), 호주(7명), 뉴질랜드(6명), 일본(4명) 등이 포함됐다.

이들 중에는 두 자녀가 한국국적을 포기토록 한 사례가 100건을 넘었고, 세 자녀의 국적을 포기한 사람도 7명이나 됐다. 오자복 전 국방장관은 올해 17세인 손자와 15세인 손녀가 모두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택했다. 또 공노명 전 외무장관의 경우 올해 16세의 손자가 미국 국적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 병역기피가 주원인=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6 ~ 23일 사이 한국국적 포기 신고자는 관보에 1차 고시된 1077명을 포함해 모두 2032명(국내 1306명, 재외공관 726명).

이들 중 250명(국내 226명, 재외공관 24명)이 국적포기를 철회, 최종 국적포기자는 1782명(국내 1080명, 재외공관 702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신고자 1306명(국적포기 철회자.관보 게재 누락자 포함)을 성별로 분석한 결과 남성은 1288명(98.6%)인 반면 여성은 18명(1.4%)에 불과했다. 이는 국적포기가 병역기피와 무관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 부모의 직업은 상사원이 643명으로 가장 많았고, 학계 351명, 공무원 11명 등의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15세 이하가 958명(73%), 16 ~ 17세가 341명(26%), 18세 이상은 7명(1%)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 국적법이 통과하면 병역을 마쳐야 국적 변경이 가능한 17세 이하의 국적포기가 급증한 반면 병역 기피와 무관한 18세 이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 "국적포기 공직자 처벌 안 된다"=이해찬 총리는 이날 최근 자녀나 손자가 국적을 포기한 공직자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총리는 "(자녀 등의 국적포기 공직자 처벌 문제는) 참 미묘한 문제"라며 "자녀의 선택에 의한 것이냐, 부모가 그렇게 만든 것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자녀가 외국 국적을 취득하겠다고 주장하면 (그것은) 아이의 권리인데 부모가 그것을 어떻게 하겠느냐"고도 했다.

이 총리는 이어 "(자녀에게) 외국국적을 취득하지 말라고 하면 그것은 인권침해"라며 "자녀의 인권침해를 하지 않았다고 공직자로서 페널티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만일 (국적포기가)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도덕적인 페널티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리실 관계자는 "평소 이 총리 자신의 소신에 따른 발언"이라며 "공직자라는 이유 때문에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부모를 위해 국적포기를 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조강수.강갑생 기자

*** 바로잡습니다

6월 8일자 6면 '두 자녀 국적 포기자 100명 넘어'제목의 기사 중 '공노명 전 외무부 장관의 경우 올해 16세 손자가 미국 국적을 택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달라 바로잡습니다. 공 전 장관의 11세 된 쌍둥이 손자 2명은 지난달 11일 한국 국적 이탈 신고를 했으나 같은 달 31일 이탈 신고를 번복해 한국 국적을 재취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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