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이영구, 세돌 꺾고 4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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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13보 (201~221)
● . 이영구 4단 ○.이세돌 9단

중국 기사들은 주저 없이 이창호 9단을 최강자로 지목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하나의 변화가 생겼다. "한국기사 중 누가 가장 무서운가"고 물으면 "이세돌 9단"이라고 답하는 것이다.

이세돌은 최근 국제무대에선 거의 패전을 기록하지 않고 있다. 한데 국내에선 양상이 약간 다르다. 이세돌이 국내 신예들에겐 심심치않게 무릎을 꿇는 것이다.

이 판에서도 이세돌은 이영구 4단의 두툼한 손목에 두 다리를 꽉 잡혀 더 이상 헤어날 길이 없는 모습이다. 좌변을 백△로 막았으나 큰 집은 이미 사라졌다. 초반에 그토록 빠르게 실리를 차지했건만 그 실리들이 흑의 두터움에 밀려 바짝 말라버린 것이다.

202로 중앙을 살려내며 이세돌은 옥쇄를 꿈꾼다. 사실은 우상 백 대마의 생사가 발등의 불처럼 급하다. '참고도'흑1부터 공격받으면 대마는 두 집이 없다. A로 먹여쳐 패는 할 수 있지만 이거야말로 꽃놀이패가 아닌가.

이영구는 그러나 서두르지 않는다. 203으로 허점을 만들고 209로 보강하며 패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이세돌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212로 산다. 하나 219의 절단으로 이번엔 중앙이 풍비박산이 났다. 이세돌은 221에서 항복했다.

이세돌은 왕위전에서 이창호에게 도전하여 두 번 모두 졌다. 지난해 도전기에서 2대1로 앞서다가 3대2로 역전패한 뒤 이세돌은 줄곧 설욕의 재대결을 기다려 왔다. 하나 세상사는 뜻 같지 않아서 올해는 예상치 못한 이영구의 한칼을 맞고 중도에 쓰러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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