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인선 '이상 기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청와대의 국가정보원장 인선 작업이 난기류에 부닥쳤다. 지난주만 해도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실상 내정단계였다. 그러나 주말을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5일 "대통령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국정원장 후보를 3배수로 인사추천회의에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여당의 이의 제기나 권 보좌관의 이력 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하는 9일 오전까지는 인선을 매듭지을 방침이라고 한다.

당초 2일 인사추천위에서 사실상 결정될 것이라던 인선이 일주일 가까이 늦어지고, 검토 대상이 확대되는 것과 관련해 여권 주변에선 "근본적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 제기된 '권진호 부적절론'이 확산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열린우리당에선 아직도 '정무형 국정원장론'이 나온다. "당.정.청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국정 운영을 위해 관리형은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정원장 인선에 열린우리당의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권 보좌관을 옹호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의 고민은 유전 개발과 행담도 개발의혹 등으로 당.청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서의 인사청문회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야당 의원은 관련 자료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결국 청와대는 3배수 후보 선정 및 검증 과정을 통해 당과 의견을 조율하고, 적임자를 찾아볼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 개혁 기조를 유지해 나갈 인물이어야 하며, 권 보좌관이 여전히 유력한 상태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후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3배수 후보로 권 보좌관과 정 전 통일부 장관 이외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 전직 통일.외교.국방부 장관들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태 민변 회장 등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