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개구리가 왕자가 된다고 ? 천만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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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개구리에게 키스하지 마!
마릴린 앤더슨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먼&북스, 166쪽, 8500원

옛날 옛날 개구리 한 마리가 살았다. 개구리는 주장했다. 실은 자기는 개구리가 아니라고. 못된 마녀가 마법을 걸었을 뿐이라고. 당신이 키스를 해주면 멋진 왕자로 변신할 거라고.

지은이는 뭇 여성들에게 "절대 이런 새빨간 거짓말에 넘어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숱한'개구리'들과 데이트를 일삼은 그녀의 경험에 따르면 키스를 해준 후에 그 개구리들은 왕자는커녕 쥐나 뱀, 혹은 칠면조 따위로 변신하더라는 것이다(참고로 이 책에서 개구리는 '당신이 절대 결혼하고 싶지 않은 남자', 왕자는 '당신이 결혼하고 싶은 남자 그래서 당신을 영원히, 적어도 이혼할 때까지는, 행복하게 해줄 남자'를 일컫는다).

극작가.배우.개그맨.생물학자 등 다채로운 직업을 가진 저자는 직업 못지 않게 다채로운 연애 경력을 활용해 개구리들을 분류하고 그 대응법을 제시한다.

예컨대 '유부남 개구리'는 절대 먼저 결혼했다는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캐물으면 곧 이혼할 것이라고, 편의상 함께 사는 것 뿐이라고 둘러댄다. 그러나 그는 설사 이혼을 한다해도 절대 당신과 결혼할 생각이 없다. 왜냐고? 그는 그저 당신과 섹스를 하고 싶은 것 뿐이기 때문이다.

'마마 개구리'는 또 어떤가. 그는 자기와 함께 사는 멋진 여자라며 어머니를 소개한다. 그 뿐 아니다. 차로 외출할 때 어머니를 옆에 태우고 당신은 뒷자리에 앉히기가 예사이며, 지갑에 어머니 사진을 넣고 다닌다. 심지어 섹스할 때 '엄마'를 외치기도 한다. '마초 개구리''변강쇠 개구리'' 몸짱 컴플렉스 개구리''주차장에서 물을 빼는(진짜 물을 뺀다는 뜻은 아님) 개구리''구두쇠 개구리''양의 탈을 쓴 개구리''골초 개구리'…. 기타 등등의 개구리들 역시 끔찍하기는 매한가지다.

이쯤 되면 의심을 품어볼 만하다. 혹 세상에 왕자는 없고, 온통 개구리 천지인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러나 저자는 누구든 때가 오면 자신만의 왕자님을 만나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에 차 외친다. 다만, 만나는 개구리마다 키스하느라 바빠선 도저히 왕자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주의사항과 함께.

얼핏 요사이 붐을 이루는'다시 쓰는''정치적으로 반듯한' 동화류처럼 보이는 이 책은 이처럼 동화같은 결말로 꼬리를 내리고 만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랴. 왕자와의 행복한 결혼을 믿고 안 믿고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다양한 개구리 감별법을 터득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의의는 충분하니까.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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