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드라머 실상 알게해준 『전쟁과 평화』|『부의 조건』과 방영시간 같아 시청자 불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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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한주 시청자들은 행복했다』라고 말한다면 지나치게 독단적이고 과장된 표현일까.영국BBC가 제작한 TV시리즈 『전강과 평화』(KBS제2TV)를 매일저녁 7∼9시 사이에 1시간40분씩이나 꼬박꼬박 볼수 있었던 것은 외화를 즐기는 시청자들에겐 상당한 즐거움이었다.
별다른 오락거리를 갖고있지 못한 대부분의 서민층 가정에서 저녁 한때 유일한 즐거음인 TV시청을 놓고 가족끼리 모저럼 채널다툼을 하지않을수 있었던 것도 고마운일.
문호「레프·톨스토이」의 최대걸작을 격조높은 TV영화의 산실인 영국 BBC가 단일작품으로서는 최장시간, 최대경비를 들여 제작한 필름으로 장편영화 70편에 해당하는 방대한 스케일이라는 PR가 전혀 과대선전이 아니구나 싶게 화려하고 웅대하면서도 조그마안 소홀함도 발견되지 않은 치밀한 구성으로 매일 저녁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저녁 같은 시간대에 특집대하드라머『부의 조건』을 방영했던 MBC-TV는대단한 계산착오를 한 셈이다.
『부의 조건』이 우리 근대사를 경제적 측면에서 조명해 보려한 이색 드라머인 만큼 연속극을 즐기는 일반 수준의 시청자가 아닌 지식층을 시청대상으로 겨냥했다면, 정확한 시청률 조사결과를 놓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마도 상당수의 사청대상자를 『전쟁과 평화』쪽에 빼앗겼을 공산이 크다.
두 방송사가 모두 기회있을 때마다 『시청률 경쟁을 염두에 둔 같은시간대, 같은 프로그램 편성을 하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번 두특집프로 역시 비록 하나는 외화요, 하나는 자체 제작프로라고는 해도 첫회부터 한주일동안 계속 같은 시간대에 방영된 것은 괜챦은 프로에 굶주린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아깝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또하나, 바로 지지난주『전쟁과 평화』와 목같이 최장기간, 최대경비제작의 요란한 선전을 내세웠던 양사의 특집 드라머 『코리아 환상곡』(KBS-TV)과『이심의 비련기』(MBC-TV)에 크게 실망했던 시청자들로서는 이번 『전쟁과평화』시청으로 우리TV드라머의 실상을 세계수준에 비겨볼수 있는 좋은 기회도된 셈이다.
○…KBS가 내년부터 제1TV의 광고방영량을 현재수준에서 80%가량 줄이겠다는 보도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상당히 반가운 이야기다.
그러나 대신 제2TV에 집중방영하겠다니 미리부터 기뻐할 일은 아닐는지도 모르지만 어하간 광고얘기가 나온김에 꼭 짚고 넘어가야할 얘기가 있다.
처음 KBS가 광고방송을 시작하면서 내건 구호 『광고의 생활정보화』가 제발 실현되었으면 하는 것이 그 첫째고 둘째는 광고의 질적 향상문제로서 우선 무엇보다 먼저 일반 방송내용보다 한옥타브 높은 광고음향에 제한이 있어야겠다.
대부분의 광고가 크게 외치기만 하면 다 된다는듯 소리치고 고함지르는 듯한 메시지는 안방에까지 심각한 소음공해를 쏟아놓고 있어 선전상품에 대한 호감보다는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있다는 점을 광고제작자들이나 광고주들이 감안해주었으면 한다.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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