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에 빠진 미국 여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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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애나'추종자들이 이상형으로 떠받드는 10대 스타 메리 케이트 올슨(上)과 린제이 로한.

날씬해지기를 바라는 미국 젊은 여성 사이에서 '애나(Ana)'가 종교처럼 번지고 있다고 AP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애나는 음식 먹기를 거부하는 거식증(拒食症)을 뜻하는 애노렉시아(anorexia)에서 따온 말로, 극단적 방법을 택해서라도 살을 빼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나 태도를 말한다. 애나의 지상 목표는 깡마른 몸매다. 굶는 것도 불사한다. 건강은 신경쓰지 않는다. 애나를 신봉하는 여성들은 주로 인터넷 사이트나 블로그를 통해 숙변 제거법.식이요법 등 각종 살빼기 비법을 교환한다. 현 체중과 목표 체중을 밝히고 목표를 달성하도록 서로 격려하기도 한다.

붉은색 팔찌는 '애나교' 신자들의 상징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애나 팔찌'라는 이름으로 개당 15달러(약 1만5000원)에 팔고 있다. 어떤 사이트는 '애나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피로써 서명하라'며 광신도적 행태를 부추기기도 한다.

'애나를 추종하는 여학생 클럽'을 조직했던 고교생 사라(17)는 "사람들은 애나에게 뼈만 남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사라는 현재 식사장애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의 우상은 10대 스타 린지 로한과 메리 케이트 올슨 등이다. 풍만한 몸매였던 로한은 지난달 수개월 만에 몰라보게 깡마른 모습으로 등장, "거식증에 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메리 케이트 올슨은 지난 한해 동안 거식증 치료를 받았다.

AP통신은 "애나에 심각하게 빠진 경우 애나를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로 착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 여대생(19)은 "나의 애나는 나와 모든 면에서 정반대로 생겼다. 가냘프고 파란 눈에 금발이다. 나는 죽어도 그렇게 될 수 없겠지만 애나는 내게 늘 '넌 할 수 있어'라고 속삭인다"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식사장애를 의인화한 용어에는 이 밖에 폭식증을 뜻하는 '미아(Mia)'와 식사장애를 가리키는 '에드(Ed)' 등이 있다.

현재 미국의 거식증 환자는 800만~1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이들에게 애나의 영향이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탠퍼드대 루실 패커드 아동병원에 입원 중인 10대 식사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40%가 애나 사이트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오마하 크레이튼대 메이 소콜 박사는 "애나 추종자들은 대개 외롭고 친구가 없다. 이들은 애나와 미아를 친구로 삼고 에드를 남자친구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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