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건 여파 헌병라인 초토화…헌병실장 후임에 보병 출신 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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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과 연관된 군 지휘부가 8일 발표된 군 장성 인사에서 대거 밀려났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뒤 보고 누락 등의 문제점을 드러낸 헌병 병과 지휘라인이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군 경찰에 해당하는 헌병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보병인 김주훈(육사 40기·준장) 3사단 부사단장이 헌병 실장에 임명됐다. 헌병 실장은 헌병 조직 내에서 최고 직책이다.

 선종출(육사 40기) 현 실장은 보직이 없는 정책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돼 전역 절차를 밟고 있다. 통상 육군 헌병실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 이동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선 실장은 윤 일병 사건 때문에 징계위원회에도 회부됐다. 육군 관계자는 “헌병 지휘부에 대한 경고성 인사”라고 말했다.

 육·해·공군을 지휘하는 국방부 조사본부장 자리도 유탄을 맞았다. 국방부는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백낙종(육사 40기) 국방부 조사본부장의 후임에 이종협(육사 42기) 국방부 조사본부 범죄정보실장을 2년 임기제 준장으로 진급시킨 뒤 대행을 맡겼다.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윤 일병 사건 당시 자세한 사건 내용을 보고받고서도 국방장관에겐 1장짜리 요약 보고만 해 구설에 올랐었다.

 이 밖에 당시 지휘관과 육군본부 주요 관계자들도 보직을 받지 못해 전역 수순을 밟고 있다. 이범수(학군 18기) 전 6군단장은 정책연구관으로 연말까지 지내다 전역할 예정이다. 또 이순광(육사 40기) 전 28사단장은 국군복지단장에 보임됐다. 육군 관계자는 “통상 사단장을 마치면 합동참모본부나 육군본부로 옮겨 전투 관련 업무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 전 사단장의 경우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보직에서 해임돼 복지 관련 업무를 맡는 건 문책성 인사”라고 말했다. 소장 계급 정년(5년)이 남아 있어 당장 전역 조치를 취하진 않는 대신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얘기다.

 장병 복지를 담당하는 인사 병과 역시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윤 일병 사건 당시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을 지내다 정책연구관으로 보직해임성 인사조치를 당한 류성식(육사 39기) 소장은 부사관학교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류 소장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장관의 군사보좌관(비서실장)에 이어 사단장·인사참모부장 등을 맡기는 등 승승장구해 왔다”며 “윤 일병 사건이 없었으면 이번 인사에서 중장으로 진급해 인사사령관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 참모총장을 비롯해 주요 지휘부가 바뀌었지만 윤 일병 사건의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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