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동의 중국 통신] 중국기원 "무늬만 신인왕전 바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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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내년 신인왕전부터는 참가 자격을 바꿔야 한다. 틀림없이 개정할 것이다."

중국기원 왕루난(王如南)원장이 정상급들이 겨루는 한.중 신인왕전에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고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한.중 신인왕전은 사실 신인들의 대결이라고 볼 수 없다. 구리(古力) 7단은 중국에서 명인.천원 타이틀을 갖고 있는 랭킹 1위의 기사이고 박영훈 9단은 후지쓰배와 중환배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세계적 기사다.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기사가 '신인왕전'이란 이름 아래 대결하는 것은 누가 봐도 조금은 이상하다. 너그러운 바둑팬들도 급기야 이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 중국의 신인왕전 참가 자격은 '7단 이하, 25세 이하'다. 하지만 구리 7단은 물론이고 쿵제(孔杰) 7단, 후야오위(胡耀宇) 7단, 추쥔(邱俊) 7단 등이 모두 정규 기전 우승자들이고 따라서 신인이라 부르기엔 어색하기 짝이 없다.

한국의 참가 자격은 중국보다 더 느슨하다. 연령이나 단위의 제한은 없고 '입단 10년 이내'의 기사는 모두 신인왕전에 참가할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박영훈 9단은 아직도 4년간은 신인왕전에 참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왕루난 원장은 "이미 국내 타이틀을 획득한 적이 있는 기사는 신인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올해 개정을 하려 했으나 시간적인 이유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틀림없이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예들이 빠르게 정상급 기사로 변모하는 것은 우리나 중국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더라도 세계 챔피언이나 국내 챔피언이 '신인'이란 이름의 대회에 나서는 것도 보통 어색한 게 아니다.

한국기원도 이 같은 신인대회 규정을 서둘러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중국의 가오링이(高靈益)나 천야오예(陳耀燁)같은 소년 기사들과 우리의 고단 기사가 한.중신인왕전을 벌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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