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새 군축제의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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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례이건」대통령는 취임10개월만에 처음으로 18일 주요외교정책에 관한 새행정부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유럽에 배치된 미소간의핵미사일수를 대폭 감축하거나 궁극적으로는「완전철수」(제로 옵션)를 시도해보자는 「례이건」의 제안은 그 실현가능성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우선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호평을받고있다.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행한「례이건」의 외교정책연설은 시기적으로 볼때도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레이건」은 국내적으로는「헤이그」국무장관과 백악관참모진간의 불화,「앨런」안보담당보좌관의 금전스캔들, 「스토크머」예산국장의 파문등으로 적지않은시련을 겪어오던 참이었다.
국제적으로도「레이건」은요즘 계속 마음이 편치못했다. 유럽대륙에서의 제한핵전쟁 가능성을 암시한 미국정부 고위관리들의 발언때문에 유럽전역에서 대대적인 반핵시위가 일어나고자칫하면 반미물결로 변해버릴지도 모를 상황에까지 다다랐다.
이러한 시기에「례이건」자신이 첫외교정책연설을통해 유럽에서의 미소간의중거리 핵미사일수를 대폭 감축하자고 제안한 것은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계산을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미 유럽의 나토 각국을 겨냥해서 배치된 2백50정의 소련의 SS-20미사일(사정거리 5천6백km)에 대처하기 위해서 5백72기의 새로운 크루즈미사일과 퍼싱-Ⅱ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을 발표한바있다.
「레이건」정부는 이는 어디까지나 유럽에서의 소련의 핵우위를 상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점차 핵에대한 알레르기증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각국의 젊은세대들은 그러한 미국의 계획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반핵운동의저변에는 유럽대륙이 미소간의 핵전장이 될수는 없다는 자기보호주의적 생각이 깔려있다.
이러한 유럽의 분위기를의식한「례이건」은 이번 연설을 통해서 궁극적인 핵미사일철수를 제한함으로써미국의 진의는 펑화공존이지 결코 핵무기경쟁을 위하는것은 아니라는「비둘기」의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했다.
이미 서독의 곡미튼 수상이「례이거건」의 제안에 쌍수를 들고 환영의 뜻을 표면한것만 보아도「례이건」의 연설은 그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이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소련의 브례즈네프가 오는22일 서독을방문,「슈미트」수상과 회담을 갖게 꽤있는데「레이건」의 구상은 소련·서독의 정상회담의 의제와 분위기에 상담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례이건」의 제안은 또 그동안 핵무기논쟁에 관한한소련의 선전공세에 뒤져있는듯 하던「레이건」행정부의 이미지를 씻고 오히려군비증강에 주력해왔던 소련의 팽창주의에 반격을 가할수있는 계기가 될수도있다.
이러한「레이건」의 외교적 공세는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미소간의 제네바군축회담을 계속하면서미국의 당초 구상대로 크루즈와 퍼싱Ⅱ 미사일의 유럽배치를 완료시킬수 있는현실적인 발판을 마련해줄힘이 될지도 모른다.
즉「레이건」은 소련의 핵미사일배치현황을 국제적으로 확실히 밝혀두고 소련이 무기감축에 응하지 않을 경우엔 미국도 균형을위해 추가배치를 강행할수밖에 없다는 결의를 분명히 했기때문이다.
물론 유럽에서 미소간의중거리미사일을 1백% 철수하기로 합의를 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그럴 경우 미국은 최소한 미소가 동등한 실링의핵미사일을 배치하도록 추진할 생각이다.
현재 유럽에 배치된 중거리미사일은 소련이 훨씬우세하기 때문에 미소간에동등한 살림을 합의만 보게되더라도 서방 측으로서는 큰 플러스가 된다.
이제「레이건」은 제네바군축회담을 앞두고 소련에대해 선수를 친 셈이 됐다.
소련의 일방적인 핵우세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것이며 미소가 핵미사일 배치를 동등한 규모로 하거나 대폭 삭감하자는「례이건」의 논리가 결코 무리가 없는것이고 보면 이제소련이 이 제안을 심각하게 검토해야할 입장이다.
소련이 당장은「례이건」의제안을『미국의선전공세』로 몰아붙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례이건」으로서는워싱턴을 휘젓고 다니던『괴로운 공(구)』을 모스크바로 넘긴셈이됐다.
【워싱턴=김 건 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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