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보유 시인] "예상된 위협전술" 北진의 파악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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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우선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이 전달하려던 진정한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무부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24일 "북한의 발언 내용들을 종합 분석한 이후 다음 단계의 대응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회담에서 한때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가도, 다시 조건이 충족되면 핵을 폐기하고 대화할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복합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북한의 진의를 분석하고 나서야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언에 대해 국무부가 "우리는 오래 전부터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해 왔으므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면서 비교적 담담하게 반응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8천개 핵 연료봉에 대한 재처리 작업도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 같은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시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북한이 과거의 협박게임으로 회귀했다"고 비난,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나는 북한으로부터 거부당한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듣기를 고대한다"면서 향후 북핵 사태의 진전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상기시켰다.

이와 관련, 미국은 앞으로 강온책을 병행해가면서 북한을 다룰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다음 주로 예정된 남북 장관급 회담을 통해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파악하고,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재차 촉구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은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 문제를 본격 거론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 우방들에는 북한과의 무역거래나 북한에 대한 일체의 경제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5일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말을 인용, "한때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 일방적으로 충돌만 한 것처럼 알려진 것은 일부 강경파가 그런식으로 언론에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핵대사를 역임한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학장도 "행정부 내 일부 인사는 북한 정권의 교체를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진의가 무엇이며, 거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앞으로 부시 행정부 안에서 강온파 간 대결이 치열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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