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넘어 박사 학위 도전 … 총장님은 열공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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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경산1대학 박소경 총장이 감명 깊게 읽은 뒤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100여 권을 선정해 사람 얼굴 모양으로 만든 ‘휴먼 러닝(Human Learning)’이라는 조형물을 소개하고 있다. 손에 든 책은 학생들에게 전하는 글을 엮어 출간한 『레터』(Letter) 1~4 시리즈. [프리랜서 공정식]

“공부에 끝이 있겠습니까. 심리학을 배우고 나니 철학 책이 읽고 싶어졌어요. 4년 전 대학원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박소경(63·여) 경산1대 총장은 요즘 1인2역을 한다. 수시모집을 마친 전문대학 총장의 역할에는 대학의 한해 농사가 걸려 있고 박사 과정 학생이 돼서는 학부 선수과목 이수까지 겹쳐 세 과목을 듣느라 여념이 없다.

 박 총장은 본래 잘 나가던 소아과 의사였다. 이화여대 의대를 나와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다 계명대에 의대가 만들어지면서 1981년부터 5년간 교수를 지낸 뒤 96년 남편이 운영하던 경산1대로 옮겼다.

 그가 지금 학생으로 적을 둔 곳은 계명대 철학과 박사 과정. 철학의 선수과목인 논리학을 배운 적이 없어 40년 나이 차가 나는 대학생들과 같이 공부한다. 수업은 바쁜 일정을 조정해 꼬박꼬박 참석한다. 그는 “예순이 넘어서도 공부가 가능한지 스스로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사 과정에선 첫 학기에 불교철학을 공부했다. 그는 불교 경전을 모아 보라는 과제를 받았다. 그는 제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그 길로 가장 큰 서점을 찾아가 불교 책을 모조리 샀다. 60권이 넘었다. 밤을 새워 읽고 학기 말에 두툼한 보고서를 냈다. 경전은 여러 가지였지만 결국 하나로 통하는 것 같았다. 최고 학점을 받았다. 그때부터 담당교수의 자세가 확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불교 공부를 바탕으로 최근 『붓다의 아름다운 문장』이란 제목의 책을 펴냈다.

 그의 지적 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불교 이전에는 공자에 심취했다. 『논어』 등을 공부하느라 2년 동안 일주일에 한번 서울에 올라갔다. 경산1대 캠퍼스에는 『논어』의 첫 구절인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당시의 공부는 『논어 명언명구 100선』 『맹자 순자 명언명구 100선』이란 책으로 나왔다. 박 총장은 “책을 내야 공부한 게 정리가 되더라”며 “책은 가급적 쉽고 얇게 만든다”고 말했다. 뇌에 관심을 기울이다 서강대에선 6년간 심리학을 공부하고, 의사로서 『인체의 이해』란 책도 냈다. 그동안 출간한 책만 10권째다.

 그는 의학을 제외하고 벌써 1만 권에 가까운 책을 소장한 ‘책벌레’이기도 하다. 불교 책만 300권이 넘는다. 사람으로 태어나 만 권의 책을 보라는 옛말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박 총장은 공부한 걸 한동안 월요일마다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편지글 형식으로 학생들에게 띄우기도 했다. 지식의 공유다.

 열정은 책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고질병이던 허리 디스크를 춤으로 고친 뒤 한국무용가 백년욱씨로부터 전통춤을 배우고 있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 차례 연습한다. 합창단장을 맡아 노래에도 빠졌다.

 그는 요즘 전교생을 대상으로 몸과 마음을 버무린 ‘인간학’이란 교양과목을 가르친다. 보건과 학생들에게는 학기가 끝난 뒤 3일간 기초의학 등 배운 걸 총정리하는 특강을 한다. “공부는 반복이라고 봅니다. 중요한 건 익히고 또 익혀야 자기 것이 되거든요.”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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